あらすじ
후회하는 일이 있으신 모양이군요.
우연히 들어간 바에서 만난 바텐더.
낮게 울리는 결이 아름다운 목소리. 새하얀 얼굴에 붉은 입술의 남자.
죽음을 결심한 그 날. 나는 구원처럼 한 남자를 만났다.
열두 시부터 바를 맡고 있는 주진이라고 합니다.
이 글은 ‘사랑을 이루어드립니다’와 옴니버스 구성의 연작이며 로망띠끄의
유료연재코너 북띠끄에서 ‘아다지오’란 제목으로 연재 완결된 글입니다.
“만약에 누군가가 선생님의 인생을 다시 어느 시점으로 돌려놓을 수 있다고
한다면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있습니까?”
나는 남자가 한 말을 이해하려고 눈을 깜빡였다.
“돌아간다고?”
내 목소리에 물기가 배어있다는 것을 눈치 챘을 것이다. 이런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원래 순식간에 상대를 파악하는 법이다. 그러나 상관없었다.
나는 이미 약점을 운운할 수 없을 정도의 패배자였고 이제는 누군가에게
나의 바닥을 드러내 보인다는 것에 두려움조차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무너진 상태였다.
“아예 태어나지 않는 것도 가능한가?”
내가 물었다.
“음. 그 정도는 곤란합니다. 그건 제 관할 밖이라.”
남자의 목소리는 진지했다.
“관할이라. 꼭 정말로 이루어 줄 것처럼 말을 하는군.”
“소원을 빌 때는 상대가 이루어 줄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있어야 하는 거랍니다.”
남자가 입매를 살짝 비틀어 웃는 것 같은 표정을 만들었다. 차가운 미소였지만 전혀 표정이 없는 것보다는 그래도 나아보였다.
소원이라.
“열아홉. 그녀를 처음 만났던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군.”
“그 때 중요한 사람을 만나셨나 보군요.”
고3이 되던 해. 새 학기의 첫날. 학교의 미술실. 열린 문틈 사이로 들려오던
‘현과 오르간을 위한 아다지오’ 그 슬프고 장중한 음악을 배경으로 영인의
아름다운 옆모습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그랬지.”
어쩌면 내 인생을 비틀어 놓은 만남인지도 몰랐지만.
다시 한 번 기회가 주어진다면 나는 기꺼이 그 때로 다시 돌아갈 것이다.
“대가로 무얼 주실 수 있습니까?”
대가. 그 단어를 듣는 순간, 이상스럽게도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었나?
나는 앞에 서 있는 남자의 차가운 얼굴을 뚫어지게 응시했다.
“내 목숨이라도.”
남자가 빛나는 눈으로 나를 가만히 쳐다보자 마치 보이지 않는 힘이
나를 움켜쥐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좋습니다.”
남자의 붉은 입술이 열리고 허락을 뜻하는 말이 떨어질 때까지의
그 시간이 마치 영원처럼 길게 느껴졌다.
“기회를 드리기로 하지요.”
기회. 이 남자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지? 자신이 지금 무슨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건지 알기나 하는 걸까? 혼란스러움과 동시에 극도의 피곤함이 나를 덮쳐왔다.
쓰러질 것 같았다.
이렇게 어딘지도 알 수 없는 술집에서 쓰러져 죽고 싶지는 않았지만 어찌 보면
그 편이 내게는 오히려 다행한 일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믿는
것처럼 신이라는 것이 정말로 존재하고 그가 만일 일말의 자비라도 가진 자라면
이 순간 나의 영혼을 거두어갈 수도 있는 일이 아닐까.
“신의 자비는 인간이 생각하는 것과는 몹시 다르답니다.”
마치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남자가 말했다. 조소로 비틀린 입술은
그도 나와 마찬가지로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 같았다.
행복한 사람들은 절대로 저런 표정을 짓지 않는다. 저런 표정도.
저런 눈빛도. 불행에 일찌감치 익숙해져 버린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흔적들이다.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드리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