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벗어.”
“싫어요.”
“마지막 경고야. 벗으라고!”
“나도 마지막으로 대답하죠. 싫다고요!”
인터넷 남성의류 쇼핑몰의 포토그래퍼와 모델로 만나게 된 은혜와 성욱,
노출이 심한 옷을 입지 않겠다고 고집을 피우는 성욱과 다툼을 벌이던 은혜는
뜻밖의 상황을 맞닥뜨리고 당황하는데.
소심한 듯 대담한 연상녀 은혜와 귀여운 듯 짓궂은 연하남 성욱은
번개치고 바람 불고 비오는 날들을 이겨내고 화창한 날을 맞을 수 있을까?
[본편 미리보기]
왜 그렇게 성욱이 거슬렸을까?
긴 다리로 성큼성큼 걷는 것이, 바라보는 부드러운 눈빛이, 오랜만이라 어색하다며 수줍게 웃는 입매까지 다 거슬리고 마음에 안 들었다. 그런데 이제 인정해야겠다. 마음에 안 든 것이 아니라 너무 마음에 들어서, 다섯 살이나 어린 남자한테 순식간에 빠져드는 게 무서워서 오히려 밉게 굴었다는 것을.
하루 종일 평소 은혜의 모습이 아니었듯 지금의 은혜도 평상시의 자신이 아니었다. 보통 때였다면 남자 친구가 먼저 입을 맞춰 오기를 언제까지고 얌전히 기다렸을 터였다. 하지만 지금은 닿을 듯 말 듯 감질나게 스치기만 하는 입술 때문에 미칠 지경이었다. 결국 은혜는 성욱의 스웻 셔츠 앞자락을 움켜쥐고 먼저 끌어당겼다.
어떻게든 해보라고!
은혜의 탐욕스러운 신호에 성욱이 그녀의 뒷머리를 감싸고 입술을 포갰다. 데칼코마니처럼 정확하게 접힌 두 입술 속에 붉은 물감이 화악 터졌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위험하도록 높이 쌓아올려진 감정이 한꺼번에 부딪치고 쏟아져 내리며 뒤엉겼다.
갑작스럽게 격해진 키스에 은혜는 들고 있던 카메라를 놓칠 뻔했다. 아슬아슬하게 카메라를 잡은 성욱이 바위 위에 그것을 내려놓고 본격적으로 그녀를 탐했다. 사과 같은 뺨을 한 입, 산딸기 같은 입술을 한 입, 벚꽃 같은 귓불도 한 입 그득 삼켰다.
은혜의 욕심도 성욱에 뒤처지지 않았다. 바위 같은 이마, 절벽 같은 코, 시원한 물이 가득한 입술까지 마시고 또 마셨다. 그와의 키스는 박하 맛이 났다. 밤바람처럼 선선한 박하.
그는 어떤 맛을 느끼고 있을까? 문득 이는 궁금증에 은혜가 성욱의 어깨를 밀어냈다.
“그만해요?”
맙소사, 귀여워라. 그는 이제 막 시작한 키스가 끝날까 봐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만하고 싶어?”
“그럴 리가요.”
다시 덤비는 그의 얼굴을 슬쩍 피하며 은혜가 물었다.
“나한테 무슨 맛이 나?”
단지 호기심이었는데 성욱에겐 도발이었나 보다. 그의 눈빛이 사진 속 전사처럼 붉게 짙어졌다.
“피 맛.”
진짜 흡혈귀라도 만난 양 은혜는 거친 숨을 들이켰다.
“아침에 당신을 본 순간부터 피가 모자란 사람처럼 어지러웠어요.”
성욱이 은혜의 목을 길게 핥아 올렸다. 오소소 일어나는 소름에 은혜는 눈을 감고 말았다.
“종일 피 냄새를 흘리며 날 괴롭혔으니 이제 해결해 줘요.”
기유리
끝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