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아저씨, 나 기대도 돼요? 기대고 싶어요.”
기대고 싶은 등, 비빌 수 있는 언덕.
그건 저에게 바라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한번 의지를 하기 시작하면, 비빌 수 있는 언덕에 편히 자리를 잡고 싶어질 테니까.
그런데 자꾸만 기대고 싶어진다.
밀어내고 또 밀어내도 끝없이 저에게 따뜻한 손을 내밀어 오는 박서현, 그 사람에게.
“넌 내가 유일하게 숨 쉴 수 있는 세상이야.”
남보다 부유하고, 남보다 풍족하고, 남들보다 넘쳐나는 게 많았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남들보다 더 허전한 채로 살았다.
어쩐지 속이 텅 빈 것같이 허한 부분은 주위에 넘쳐나는 것들론 채워지지 않았다.
그런 그에게 조금씩 살아갈 이유이자 꿈이 생겨난다.
상처투성이 소녀, 우영인이 나타난 후로.
그럼에도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 그와 그녀가 사랑을 한다는 일.
다가온 이별 앞에, 그들은 다시 만나 서로의 세상이 되어 줄 수 있을까.
[본문 내용 중에서]
“왜 이렇게 날 도와줘요?”
영인에겐 언제나 ‘왜’가 버릇처럼 붙었다.
“왜 그렇게 물어?”
“그냥…….”
“난 네가 좋아. 좋으니까 뭐든 해주고 싶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선에서.”
그리고 이어지는 서현의 미소는 여과 없는 진심이었다. 진심이 잔뜩 묻어나 있는 다정한 말투와 따뜻한 웃음에 얼음장같이 차가웠던 영인의 마음 끝에서도 물방울이 생겨났다.
좀 더 기대도 될까, 좀 더 의지해도 될까. 이 아저씨는 조금 다를까.
“나도 아저씨가 좋아요.”
“뭐?”
“좋아졌어요, 아주 많이.”
영인의 눈도 이만 서현과 마주했다.
“고마워요, 발 걸어 줘서.”
싱긋, 영인의 눈이 초승달 모양처럼 예쁘게도 휘어졌다. 반면 서현의 마음은 두둥실 보름달이 떠오른 것처럼 동그랗게 가득 찼다.
“나 너한테 뽀뽀하면 나쁜 놈인 건가? 뭐, 범죄자 비슷한 그런 거 되는 건가?”
“뽀뽀하려고요?”
“어, 지금.”
생각을 오래 할 수가 없었다. 괜히 손가락만 꼼지락거리면서 잔뜩 어색하고 간지러워진 이 분위기를 어떻게 감당해야 하는 걸까 고민하는 순간, 서현의 입술이 빠르게 영인의 입술 위로 포개어졌다. 가볍게 쪽,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그 입술의 촉감이 찰나였지만 아주 생생하고 제법 부드러웠다. 영인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깜빡였다. 두 볼은 아까보다 더욱 발그레 붉어졌다. 꼭 잘 익은 복숭아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