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사람이, 굳이 날 지목해서 부른 이유가 뭐예요?”
“사진이 너무 예쁘게 나와서요.”
그의 미소가 좀 더 진해졌다.
“농담을 즐기시는군요.”
“농담 아닌데?”
“사진 잘 나온 거랑 인터뷰하는 거랑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거예요?”
“잘 나온 게 아니라, 예쁘게 나왔다고 했어요.”
“그래서요?”
“다시 한 번 확인해 보려구요. 실물이랑 대조해서. 정말 예쁜가, 아님 내가 사진을 너무 잘 찍은 건가.”
치아를 드러내며 그가 밝게 웃었다. 베란다를 넘어들어온 햇빛이 그의 웃음처럼 환했다. 윤희는 부신 빛을 피하듯 시선을 그의 뒤편 벽으로 던졌다. 그에게서 번져 나오는 밝음이 어쩐지 두려웠다. 결코 경박하지 않은 그 밝음, 산란하는 빛을 닮은.
“그래, 확인작업은 대충 끝났나요?”
윤희의 물음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결론은요?”
“아까 말했잖아요.”
“무슨……?”
“달팽이.”
“예쁘단 소린 아니군요.”
“그렇게……단단한 껍질로 꼭 감싸서 지켜야 할 게 대체 뭔가. 그게 궁금해지려는 중이에요.”
나직나직 흘러나오는 그 말들은 혼잣말 같았다. 그런 그를 바라보고 있으려니 막막한 불안감이 윤희에게 다가들었다. 무언가……어둡거나 위협적인 느낌은 분명 아닌데, 마음을 휘젓는 두려움 혹은 불안. 그 정체를 명확히 알 수가 없어 더욱 그러한 것인지도 몰랐다.
이윽고 그가 명쾌한 목소리로 결론을 냈다.
“예쁜 달팽이, 라고 해 두죠. 서윤희라는 여자.”
윤희도 지지 않고 받아쳤다.
“한가한 바람, 이라고 해 둘게요. 이연우라는 남자.”
씩 웃는 그의 표정에 악동의 그림자가 비쳤다. 비밀스러운 어떤 일을 모의하듯 그가 물었다.
“그럼 우리, 이제 시작한 거네?”
“인터뷰 말이에요?”
그 소리가 아니란 걸 알면서도 윤희는 그렇게 받아 되물었다.
“아니, 여자와 남자. 서로서로 그렇게 바라봤으니까 시작한 거란 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