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흐음…….” 뜨겁게 붙었던 입술이 떨어지면서 나른한 신음이 흘렀다. 술기운에 풀어졌던 시은의 시선이 더욱 몽롱해졌다. 술기운 때문일까? 몸이 뜨거웠다. 분명 시원한 맥주를 연거푸 들이켰었는데 내부로 스며든 알코올은 뜨거운 피와 섞여버렸는지 온통 후덥지근했다. 시은은 눈을 깜빡였다. 흐릿해진 시야로 거친 숨을 내뿜고 있는 남자가 눈동자를 채웠다. 따라 들어선 호텔 방안이 온통 남자가 뿜어낸 열기로 가득했다. 한여름에 선풍기조차 틀지 않는 방안에 갇힌 느낌이었다. “이제와 도망치려는 건 아니겠지.” 한국말. 술집에서 그녀가 흘린 통화내용을 들어서인지 남자가 대뜸 한국말을 토했다. 동양인이라고만 여겼던 남자가 같은 한국 사람이라는 것에 다소 놀랐지만, 시은은 곧 개의치 않았다. 물끄러미 바라보는 눈길에 머뭇거림이 실렸다고 여겼는지 남자는 그녀의 허리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감쌌다. “아니.” 시은이 고개를 가로젓자 남자의 입술이 다시 겹쳤다. 몽롱했던 그녀의 두 눈이 스륵 감겼다. 감겨오는 손길에 힘이 실리는 것이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그가 허리를 꽉 그러쥘수록 아랫배가 단단해지는 느낌이었다. 가슴속은 알 수 없는 무언가를 향한 갈망으로 목이 말랐다. 페스티벌이 가진 여유와 자유로움 때문일지도 몰랐다. 굳이 포장하고 감추지 않아도 된다는 낯선 곳에서의 넉넉한 안도 때문에 느슨해졌는지도. 아니, 틀렸다. 즐거움에 도취되어 들뜬 채 내일이면 후회할지도 모를 사고를 저지르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것은 분명 반항에서 비롯된 반발 심리였다. 처음 보는 남자에게 손을 내밀고 다가오는 입술을 피하지 않았던 것은 결혼을 강요하고 의사 따위도 묵살해버린 부친에 대한 반발. 시작은 치기에서 비롯된 반항이었지만 남자가 전하는 자극은 술집에서 느꼈던 것보다 훨씬 뜨거웠다. 원 나잇 스탠드라. 확실히 미쳤다. 그런데도 남자의 입술이 뜨겁게 부딪쳐올수록 시은 역시 미친 듯 입술을 부딪쳐 문질러대고 핥았다. 타액이 흘러들고 부딪치는 입술에서 뜨거운 열기와 함께 욕정이 묻어났다. 서로의 숨결이 오가고 치아가 부딪쳐 빠각거리는 소리를 만들어냈다. 남자의 달아오른 혀가 시간이 갈수록 입안 곳곳을 집요하게 유린했다. 그 거친 공격이 나쁘지 않았다. 묘하게도 남자가 뿜어내는 향기가 민트처럼 상쾌했다. 술을 마시는 것을 보았는데도, 그가 마신 술만 특별 제조된 것처럼 흘러나오는 숨결이 맑았다. 숲의 공기를 닮은 것처럼. 남자가 시은의 머리를 감싸 쥐고 손가락으로 고운 머릿결을 말았다. 휘감은 머리칼처럼 혀가 단단하게 얽혀 키스의 농도가 점차 진해졌다. 술에 취한 어지러움과는 다른 허공에 떠있는 나른함. 키스가 이어질수록 머릿속이 점점 더 멍해지는 느낌이었다. 타액에 섞인 술에 취한 듯 몸에 힘이 풀렸다. 심장이 격하게 뛰고 숨을 내쉬는 가슴은 바쁘게 오르락내리락 거렸다. 숨이 차고 목이 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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