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당신……. 당신, 얼마인가요?”
말을 토해내고도 월희는 즉각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작정하고 뱉어낸 말인데도 스스로에게 이질감이 파고들었다.
미친 게 분명하다. 평생 그녀가 돈을 주고 사본 것이라고는 생명체 없는 값싼 물건이 전부였다. 그런데 이곳에서 남자를 사고 있다니. 어쩌면 너무 잔인한 일탈일지도 모르겠다.
닉은 여자가 뱉어낸 말을 알아들으려고 나름 노력했다. 정확히 꼬집자면 머릿속에 그려낸 추측이 맞는지 의심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에게 하룻밤을 사달라고 했던 여자는 많았다. 넘쳐나는 재력 말고도 여자들이 줄줄 따르는 외모를 타고 난 덕택에 하룻밤 풋정을 요구하는 여자들이 많았다. 심지어 아무것도 원하지 않았다. 그저 그의 하루를 차지했다는 것만으로 자랑삼아 떠들어 댈 거리가 필요했던 것이다.
하지만 눈앞에 햇빛을 가리고 선 여자는 정확히 매입의사를 밝히고 있었다. 까만 생머리에 흑진주보다 더 검은 눈동자를 한 동양인인데도, 서양인들보다도 더 창백한 얼굴인 것도 모자라 툭 건드리면 쓰러질듯 자그마한 체구로 서서 지독한 실례를 범하고 있었다.
‘사달라’도 아닌 ‘사주겠다’는 의사를 표현한 여자가 제정신인지 가늠하던 닉은 여자의 손끝이 파르르 떨리는 것을 보고 살며시 미간을 찌푸렸다.
떨고 있다. 남자를 사면서 떨고 있는 여자라…….
“지골로, 아닌가요?”
“큭, 크하하하하.”
졸지에 여자 등골이나 빼먹는 놈이 되어버린 닉은 참지 못하고 실소를 터트렸다. 이렇게 웃어본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지골로. 프랑스어로 남첩을 뜻하는 말이었지만, 현대에 와서는 그 뜻이 남자접대부를 뜻하고 있기도 했다. 그를 보고 ‘천하의 닉’이라 칭하던 사람들이 들으면 그대로 뒤로 넘어질 일었다.
“실례했습니다.”
여자가 돌아서자 닉은 재빨리 웃음을 거뒀다.
“아니, 맞게 왔어. 다만 좀 비싸다는 게 문제지.”
치기인지도 몰랐다. 여자에게 장단을 맞춰준 것이 그를 오인한 것에 대한 단순한 오기였을 지도 몰랐다.
대학을 졸업하고 유럽 각지를 돌던 배낭여행 이후로 10년 만에 누리는 휴가였다. 휴양지인 괌을 선택한 것도 말 그대로 파묻히기 직전인 서류들을 피해 휴양을 하고 싶어서였다. 주말도 없이 일했던 육체의 고단함을 달래주기 위해서 찾은 휴가였지만, 그는 흥미를 자극한 여자를 이대로 떨쳐낼 수가 없었다.
한 번도 그를 돈으로 사려는 여자는 없었다. 아니, 그를 이런 취급한 여자가 없었다. 어쩌면 생각보다 즐거운 휴가가 될지도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