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나가요! 당장, 나가! 당신이 나한테 이럴 권리는 없어!”
그를 원하는 심정이 가슴을 빼곡하게 채우자 서란은 거칠게 손을 뻗어 문을 가리켰다. 제발 가주기를. 제발 자신의 본심을 모른 채 나가자주기를.
“권리? 잊었나본데, 난 당신의 남편이야!”
건우의 눈은 마치 먹잇감을 앞에 둔 맹수의 눈빛 그 자체였다. 서란의 외침에 그는 물러서기는커녕, 오히려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와 입고 있던 상의를 벗어던졌다. 답답하게 목을 조이는 넥타이마저도 풀어헤치고는 위협적으로 그녀에게 다가섰다.
서란은 그 모습에 놀라 뒷걸음쳤다. 마음의 외침을 알아주기를 바랐건만, 그는 도리어 옷을 벗으며 사나운 늑대처럼 다가오고 있었다.
이내 서란이 등을 돌려 몇 걸음도 안 되는 방안으로 재빨리 뛰자, 그녀의 허리를 건우가 낚아챘다.
“아악, 이러지 마. 이러지 말란 말이야!”
서란이 그의 품을 빠져나가기 위해 심하게 몸부림쳤지만, 건우는 그녀의 왜소한 등을 쳐다보며 잔인하게 입술을 비틀었다.
“아니. 진작 이래야 했어.”
기다리려고 했었다. 신부대기실에서 원망스레 눈물을 흘리던 그날……. 결혼 이후 그녀의 화장대 서랍장에서 이혼서류를 발견했던 그날……. 그녀가 진정한 자신의 짝이 되기를 기다리려고 했었다.
안고 싶은 마음, 나를 보라고 소리치고 싶었던 격노, 그 모든 것을 등지고 이를 악물고 3년의 시간을 버텼던 건, 오로지 그녀가 스스로 자신의 여자라 인정하기를 기다렸던 것이다. 그러나…… 기다림에 대한 보상은, 결실을 원하던 자에게 쏟아진 비웃음이었다.
건우는 몸부림치는 서란의 척추를 따라 이어진 원피스의 지퍼 끝에 손을 얹었다. 격하게 바동거리던 서란의 몸이 멈칫거린다 싶더니, 이내 가녀린 몸이 휘몰아치는 바람결에 속수무책으로 몸을 떠는 마른 나뭇잎처럼 떨렸다. 두려워 떠는 몸짓에 건우는 한껏 입술을 비틀었다.
‘그래, 무서워해. 두려워해. 무섭고 두려워 내 품을 떠나려는 날개를 고이 접을 수만 있다면, 난 얼마든지 사나운 남자가 될 거다.’
적랑의 로맨스 장편 소설 『유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