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늘 죄를 짓는 기분이었어요. 안 된다는 걸 알게 된 때부터 언제나…….”
세상 밖으로 난생 처음 꺼낸 이야기였다. 너무도 죄스러웠기 때문에 무덤까지 가져가야 할 이야기이리라 여겼었다. 그런데 다른 사람도 아닌 그가 물어왔다. 당사자인 그가.
어쩌면 그의 앞이라서 꺼내놓을 수 있는 이야기인지도 몰랐다. 온몸이 죽도록 떨리며 그냥 이대로 잠이 들어버렸으면 싶지만 털어놓을 수 있었다.
“작은 도련님께서는 이런 제 마음을 알고 계셨던 모양이에요. 저번에 오셨을 때, 저더러 몸만 자랐다고 하셨던 걸 보면요.”
조용히 눈을 들고 그를 응시했다. 슬픔을 자욱하게 덧씌운 눈빛으로 빈약한 미소를 지으며 무거운 짐을 털어버리듯 더욱 솔직하게 나갔다.
“큰 도련님……. 죄송스럽게도 전, 태어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큰 도련님을 기다렸어요. 어머니로부터 큰 도련님의 이야기를 전해 들으며, 이곳에 와서 큰 도련님을 만나 뵙게 되며, 큰 도련님께서 이곳을 떠나버린 후에까지……. 아무도 모르게 그래버렸어요. 그리고 또 기다려야 한다면 아무도 모르게 기다릴 거예요.”
커다란 눈망울 위로 촉촉한 물기가 서렸다. 그것이 방울이 되어 흐르지 않도록 어금니를 깨물며 속눈썹을 내리깔았다.
“전 지금으로도 괜찮아요. 옆에 계셔주시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으니까요.”
“지독한 바보들이었군. 너와 나, 우리 둘.”
하신은 미간을 좁히고 공허한 코웃음을 터트렸다. 서로 같은 마음을 지닌 채 너무도 멀게 돌아와 버렸음을 알게 되었다.
그녀의 잘못이 아니었다. 모두가 오기로 똘똘 뭉쳐있었던 본인의 잘못이었다.
가슴은 생경할 만큼 먹먹하며 꽉 막히는 것처럼 갑갑했다. 실로 무어라 형용하기 힘든 감정이 청도 앞바다의 웅장한 파도처럼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 올랐다. 그는 눈을 감으며 부산스러운 감정을 추슬렀다.
은교는 ‘지독한 바보들’이었다는 말에 그를 쳐다봤다. 그는 무엇인가를 억지스럽게 자중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런 그를 조심스레 불러보았다.
“큰 도련님?”
“…….”
하신이 가지런한 속눈썹을 들어올렸다. 불안함을 드리운 그녀의 눈망울을 응시하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그녀의 불안함이 커지지 않도록 늦지 않게 입을 열었다.
“보통은 이럴 때, 품으로 안겨오지 않나?”
“?”
그녀는 의미를 알아듣지 못했다. 그는 미세하게 입꼬리를 추키며 이맛살을 찡긋거렸다.
“고백을 했으면 달려와서 안기는 게 정상이지 않느냐고. 보통의 여자들 같으면.”
“그런……가? 그렇대요?”
그녀는 멀뚱히 되물었고, 그는 설핏 미간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