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학대받던 고아, 은별은 허무한 죽음을 끝으로 다시 눈을 뜬다.
'라니아스 데 로이세일리아'
로이세일리아 대공의 막내딸로 환생한 라니아스는 대공비의 죽음과 맞바꿔 태어났다는 이유로 모두의 미움을 받게 되지만,
"많이도 닮았구나, 내 딸."
대공비와 똑 닮은 외모와 특유의 사랑스러움으로 인해 모두의 애정이 쏟아져 스며들기 시작한다.
새로운 세계, 새로운 가족, 새로운 인연!
모든 것들이 낯설지만 그중 가장 낯선 것은 자신에게 향하는 따스한 시선이었다.
* * *
“흐앙! 아우아!”
두세 마디의 새된 칭얼거림이 내 입에서 흘러나오고 나서야 나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아버지의 붉은 눈이 나를 응시했다. 가느다랗게 눈을 뜬 그가 소리 없이 일어나 우아한 걸음걸이로 내게 다가왔다.
잘못했어요, 조용히 할게요!
그가 내 아기 침대 앞에 서서 손을 뻗자 나는 눈을 꾹 감았다.
저 커다란 손으로 맞으면 더 아플 거야!
공포에 질린 나는 몸을 움츠렸다.
한 대 맞더라도 소리 지르지 마.
누군가가 귓가에 속삭이는 듯했다.
그러나 내 볼에 닿은 것은 그의 커다란 손바닥이 아니었다.
“잘 잤나.”
따뜻한 목소리에 눈을 떴다. 내 뺨을 손가락으로 콕 찌른 그가 낮게 웃었다.
이상해, 왜 때리지 않지?
심지어 그는 나를 경멸에 찬 눈으로 바라보거나 하지도 않았다. 붉은 눈동자는 내가 시끄럽게 굴어도 언제나 따뜻한 빛을 품을 뿐이었다.
몇 번이고 나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쓰다듬어 주는 그를 보며, 긴장된 몸이 조금씩 풀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때부터였다.
내가 그를 ‘대공’이나 ‘아버지’가 아닌, ‘아빠’라고 부르기로 한 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