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빼어난 미모의 여인 유선암과 능글맞은 김이정의 조금은 슬픈 사랑 이야기
-본문 중에서-
“그래서 얻어온 것이 이 돌덩이란 말이더냐?”
“예, 그렇습니다. 그런데 나으리께서는 어찌하여 또 이곳에 발길하신 것입니까?”
이정은 대답 없이 푸르스름한 빛을 내뿜는 돌을 이리저리 돌려보았다.
“도성 문 닫히기 전에 돌아가시지 그러십니까?”
“닫히면 여기서 자고 가면 되지, 무얼.”
선암이 도끼눈을 뜨고 노려보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정은 손바닥 위에 올려놓은 돌을 세심하게 뜯어보았다.
“이 돌 말이다, 어째 느낌이 이상하지 않느냐?”
선암은 움찔 놀라며 반사적으로 되물었다.
“어찌 이상하다는 것입니까?”
“어째 돌이 나를 싫어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 말이다. 바람 소리도 좀 나는 것 같고……. 도깨비불들이 찾던 돌이라 그런지 귀기(鬼氣)스럽기도 하고 말이다.”
여느 양반치고는 감각이 예리한 양반이었다, 이 양반은.
“귀물(鬼物), 맞습니다.”
“무어?”
이정은 깜짝 놀라 돌을 방바닥에 떨어뜨렸다. 선암이 그것을 주워 치맛자락으로 쓱쓱 닦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귀왕의 부’입니다.”
“‘귀왕의 부?’ 귀신들 왕? 귀왕의 표식이라고?”
“예.”
“그런데 이게 왜 여기 있어? 아니, 애초에 왜 돌덩어리인 것이야?”
“강가에서 햇빛이라도 받고 자려고 돌로 변신한 것이겠지요. 낚시꾼들 발에 채여 물속으로 굴러떨어졌다가 건져진 것일 것입니다. 수수범벅을 바치고 나서 유독 물고기가 많이 잡히는 강에서 주운 것이라니 틀림없을 것입니다.”
“벼, 벼, 벼언시인?”
“돌덩이처럼 보여도 도깨비들의 왕입니다. 도깨비 왕정도 되면 둔갑도 할 수 있습니다. 불로만 변하는 것은 유도 아니지요. 도깨비들이 수수범벅을 좋아한다고 하니 그것을 바치고 어로를 풍성하게 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이정은 방바닥에 놓아둔 돌을 조심스럽게 들어 올렸다.
“히야, 이것이 도깨비 왕이란 말이지. 그런데 왜 본래 모습으로 둔갑을 아니 하는 것일까?”
“일단은, 사람 손에 너무 오래 있었습니다. 기운을 잃고 잠이라도 자고 있을 것입니다. 둘째는, 다른 도깨비들을 기다리는 것이겠지요. 문갑 속에 오래 있었으니 길을 인도해 줄 이들이 있어야 쉬이 돌아갈 터이니까요.”
“기껏해야 보름 좀 넘게 있지 않았던가?”
“방향을 잃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니 이상한 것도 아닐 겁니다. 아무튼, 나리께서는 얼른 돌아가셔요. 곧 광희문 닫힙니다.”
“퇴궐하고 힘들게 왔는데 밥 한 그릇, 차 한 잔 아니 주고서는 그냥 가라는 말이더냐?”
선암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