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로맨스의 아이덴티티. 깊이 우려낸 홍차와 같은 달콤 쌉쌀한 클래식.
처음 얼 그레이라는 홍차를 맛보았을 때의 일이다. 베르가못향과 허브향이 얼마나 입안을 싱그럽게 만드는 지 차 한잔을 마시는 내내 무척이나 행복했었다. 난 결국 일반적인 냄새를 향기로 만들어 내는 데메XX 향수 중 얼그레이 향을 사서 뿌리기도 했다. 그 향수는 여전히 내 책상 한편을 차지하고 있을 만큼 기분 전환엔 최고로 좋다. 이 글은 마치 처음 마셨던 얼그레이 티와 같은 느낌이다. 약간 틀어서 캐릭터를 만들었지만 어쩌면 통속적인 드라마와 매우 비슷한 구조를 보이며, 그와 동시에 로맨스에서는 빠지지 않아야할 모든 요소들을 다 갖추고 있다. 원고지 2500매에 달하는 엄청난 분량인데도 불구하고 얼마나 많은 사건과 수많은 인물들을 정성스럽게 묘사했는지 작가의 고생이 눈에 훤히 보일만큼이다. 적절하게 잘 배치된 복선들이 소소하고 충격적인 반전을 만들고, 그저 여주인공과 남주인공의 사랑이 전부가 아닌, 악역을 제외한 모든 인물들의 이야기들마저 상세히 다루고 즐거우면서도 가슴 아프게 풀어나가는 스토리텔링이 매우 뛰어난 작가다. 이것은 타고 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수많은 글을 쓰며 작가 스스로 고민하고 또 고뇌하며 품안에 돌을 진주로 만들기 위한 인내의 세월의 증명일 것이기에, 얼마나 많은 수련의 과정이 있었을지 짐작이 간다. 그리고 필력, 이 부분에 대해서는 더 할 말이 없을 만큼 작가의 문장은 안정되어 있고, 편안하다. 아! 단점도 있다. 날씨도 쌀쌀하고, 옆구리가 가뜩이나 시린 판에, 이거 좀 너무 한 거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