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누군가 사랑은 타이밍이라고 했다. 그런데 결혼을 앞둔 나에게 갑자기 나타난 그 사람은 운명이 아니라 운명의 짓궂은 장난 같았다. 이유 없이 빨려드는 감정의 소용돌이와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결국 나는 ‘도망’이라는 가장 비겁한 선택을 했다. ‘사랑’이란 두 글자에 모든 걸 포기할 만큼 나는 더 이상 어리지도 어리숙하지도 않다. 모든 걸 되돌리기엔 버려야 할 것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그 사람과 함께 한 그 시간을 그냥 한때 아름다웠던 추억으로 남기고 싶었다. 그렇게 마음에 묻고 싶었다. 하지만 그 사람은 지독한 파편처럼 내 뇌리에 박혀버렸고 그 사람에 대한 그리움으로 내 일상이 서서히 망가져 갔다. 내가 그날 그곳에 두고 온 건 그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을 향한 내 마음이었다. 그리고 불행인지 다행인지 결혼식 날 나는 어이없는 파혼을 당한다. 갑자기 사라진 예비신랑의 정체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나는 거짓말처럼 그 사람을 다시 만나게 되고 우리의 평범하지 않은 인연이 이어진다.
[본문 중에서]
그의 부드러운 시선이 나에게 쏟아졌다. 나는 머리를 들 수가 없었다. 내 불규칙해진 숨소리를 들킬 것 같아 움직일 수도 없었다. 이때 셔츠를 여며 준 그의 손이 약간 머뭇거리더니 물기로 촉촉한 내 머릿결을 쓸어 올렸다.
“머리가……, 젖었네요.”
나는 몸을 움찔하며 그의 눈과 마주쳤다. 웃음기도 없는, 장난기도 사라진 진지한 눈빛이었다. 나는 감전된 사람처럼 눈도 깜빡이지 않은 채 그의 눈만 바라보았다.
“사람이 사람을 좋아한다는 게 어떤 걸까요?”
내 머릿속은 윙윙거리는 소리만 들렸다.
“저 송이 씨를 좋아하게 된 것 같은데 어떡하죠?”
그 말을 듣는 순간 내 머릿속의 모든 것이 와르르 한 번에 무너져 내렸다. 어떡해야 하는지 묻고 싶은 건 나였다. 정말 나는 어떡하면 좋단 말인가? 내가 할 수 있는 건 시선을 아래로 내리는 것뿐이었다. 이때 그의 손끝이 조심스럽게 내 볼에 닿았다. 내 심장은 당장에라도 튀어나올 듯 쿵쿵 뛰었다. 오로지 그에게만 이런 격한 반응을 보이는 내 심장이 야속했다. 어떻게 해야 하나? 거절해야 맞는 걸까? 마구 흐트러진 퍼즐 조각처럼 내 머리는 복잡해졌다. 이때 가까워지는 그의 숨결이 느껴졌다. 그리고 내 심장이 내는 소리가 아닌 또 다른 소리도 들리는 듯했다. 쿵쿵쿵……. 나는 눈을 감아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