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그런 결혼이 있다. 자신의 의지나 의욕과는 상관없이 이루어지는 그런 결혼.
조부들끼리의 약속으로 팔자에 없던 정략 결혼을 하게 된 수혁과 주이.
세상에 이런 결혼, 저런 결혼 많이 있다지만 아직도 서로가 낯설고 불편하기만 하다.
각자가 간직한 마음을 꽁꽁 숨긴 채 위태위태 결혼생활을 유지해나가는 두 사람.
이 결혼, 무사히 이어질 수 있을까?
-본문 중에서-
“부부, 결혼……. 이런 단어를 어릴 때 하던 소꿉놀이 같은 거라고 생각하면 곤란해. 네가 진짜 아내로서의 역할을 하겠다면 나와 한 침대 위에서 엉켜 뒹구는 것까지는 각오하란 뜻이야.”
듣기 민망할 정도로 엄청난 말을 한 사람치고 수혁은 지나치게 평온했다. 그 모습이 너무도 차갑게 느껴져 주이는 저도 모르게 팔을 문질렀다.
“별다른 할 말 없지?”
“식사 같이 하자는 말이 이렇게까지 말할 부탁이었어요?”
“적어도 나한테는.”
“세 끼 다 먹자는 것도 아니고 저녁 한 끼잖아요?”
“지금 같이 먹어보니까 확실히 알겠어. 너랑 먹는 거 내키지 않아.”
수혁이 말과 동시에 주이의 오른손을 턱 끝으로 가리켰다. 그의 행동에 천천히 고개를 숙이니 그녀의 눈에 X 모양으로 잡힌 젓가락이 보였다.
“서투르게 반찬 집는 거 보면 입맛 떨어져. 정 같이 먹고 싶으면 젓가락질부터 고쳐.”
젓가락질 잘해야만 밥을 먹느냐고 따지는 노래도 분명 있었다.
그래서 젓가락질에 대한 지적을 받을 때마다 주이는 더 당당하게 대꾸했다.
비단 수혁만 이 젓가락질을 뭐라고 한 게 아니란 말이다. 그렇지만 어째선지 그의 말에는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자꾸만 자신의 손을 흘깃하던 이유를 알고 나니 허탈하기도, 수치스럽기도 했다.
젓가락이 이토록 처량해 보이기는 처음이다. 주이는 손에 쥐고 있던 것을 내려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