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난, 현서 씨가 원하는 걸 줄 수 없어요.”
“나쁜 자식, 사람 마음을 흔들어 놓고…….”
그림을 그리고 커피를 내리면서 조용하고 평온하게 살고 싶었던 여자, 최현서.
세현을 향한 그리움이 불꽃이 되어 타올랐다.
‘톡톡 터지면서 씹히는 게 좋아요.’
길고 가는 손가락으로 방울토마토를 입에 쏙쏙 넣어 터트려 먹는 현서의 모습에 저도 모르게 입을 움찔거렸다. 토마토보다 상큼하고 젤리보다 말랑할 것 같은 그녀의 붉은 입술이 탐이 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
여자에게 결벽증을 가진 세정유통의 까칠한 상무, 한세현. 한 여자가 그의 경계선을 넘어왔다.
토마토를 입에 넣어준 손가락까지 빨아 먹을 정도로.
하지만 그녀에게 원하는 걸 줄 수 없다는 걸 안 순간 보내줄 결심을 해야 했다.
-본문 중에서-
현서는 샌드위치를 한 입 베어 물고 비 내리는 거리를 바라봤다. 보도블록에 후드득 떨어지는 빗소리가 귓속으로 스며들었다.
‘비 오는 날 바닷가에 가 봤어요?’
예고 없이 머릿속에서 울리는 묵직한 남자의 목소리. 그 목소리를 떨쳐 내려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하지만 목소리는 그녀의 심장 속으로 더 깊게 파고들었다.
‘같이 양양에 가요. 파도가 치면 서핑하고 비가 내리면 해변을 거닐고요.’
현서는 남은 커피를 단숨에 마셨다. 그럼에도 생각이 멈춰지지 않았다.
손바닥을 유리창에 댔다. 티 하나 없이 깨끗한 유리창에 손자국이 생겼다.
더러워졌네. 그 사람은 더러운 거 싫어하는데…….
티슈로 유리창을 닦으려다가 저도 모르게 왈칵 눈물을 쏟았다.
급히 눈물을 닦아 내고 있을 때 카페 안으로 들어온 지은이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저쪽 출입문 앞에 어떤 남자분이 있어요. 카페 손님인가 싶어 눈여겨봤는데 아니더라고요. 비에 젖었어요. 그래서 카페에 못 들어오고 있었……, 사장님, 어디 가세요?”
카페 문을 열고 나오자 유리창 너머로 들리던 빗소리가 거친 파도소리가 돼서 온몸을 흔들었다. 카페 계단을 내려가는 남자의 뒷모습이 낯익었다.
굵은 빗방울이 그의 머리카락을 지나 슈트를 타고 흘러내렸다.
저러면 안 되는데, 머리에서 발끝까지 흠 하나 없이 깔끔한 사람인데.
현서는 고통스러운 얼굴로 남자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빗물인지 눈물인지 모를 액체가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가 돌아본다면 어떻게 될까. 손을 내민다면, 그에게 달려가려는 자신을 통제할 수 있을까.
현서는 계단의 난간을 움켜잡았다. 쏟아지는 비를 고스란히 맞으면서, 그날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