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지인
이해진.
만약,
아주 만약에…….
우리가 인연의 원 안에 있다면, 부디 한 방향으로만 걷자.
절대 마주칠 일 없게.
응?
해진
그때 왜 그랬는지.
어째서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그럼 영원히 사라져버리던지!
왜 하필 다시 나타난 건지.
이렇듯 나는 과거 속에서 살고 있는데…….
본문 중에서...
“나 여기 있는 줄 어떻게 알았어?”
“네가 나니까.”
그의 목소리는 화가 묻어있었지만 자상했다. 그러다 한숨을 푹 쉬고는 말했다.
“발 찔렸잖아.”
지인은 달려오느라 미처 신경 쓰지 못한 발바닥을 내려다보았다. 무엇에 긁혔는지 약간 핏물이 맺혀 있었다. 해진은 싸운 것보다 지인의 흠집이 더 마음이 아프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곤 뒤로 돌아 등을 보였다.
“업혀.”
“됐어. 걸어갈 수 있어.”
“화낼 것 같아서 두 번 말 안 해. 업혀.”
사랑한다는 말은 아끼면서……. 왜 이렇게 잘해줘?
내가 원하는 말은 죽어도 안하면서……. 나쁜 놈.
지인은 싸우느라 지칠 대로 지쳤지만 그를 사랑하는 마음엔 변함이 없었다. 말없이 그의 등에 업혔다. 차가운 빗물이 스며든 등은 미치도록 따스했다. 눈물이 흘렀다. 그의 등을 다시는 느끼지 못할 까봐 겁이 났다. 그러면서도 아직 함께 있다는 사실이 미치도록 행복했다.
“싸우면 집 나가는 버릇 좀 고치지?”
지인은 말없이 그의 목덜미 체온에 입술을 묻었다.
왜…… 거짓말 했어?
“비 정말 많이 온다. 서지인 춥겠다.”
왜 내 마음을 이렇게 아프게 해. 이 나쁜 자식아. 나 두려워. 어떻게 버텨야 할 지 모르겠어.
“다음에 우리 비가 좀 덜 내리는 곳에서 살자. 너 비 맞는 게 싫다.”
싸우느라 점심도 굶었지만 배가 고프지 않았다. 지인은 해진과 함께 작은 소파에 누워 창밖의 비를 감상했다. 그의 품에 안겨 그의 손과 깍지 끼고 하나의 몸이 된 듯 늘어졌다. 그는 가끔씩 빗소리에 맞춰 허밍을 하기도 했다.
“곁에 있어. 서지인.”
문득 고백 같은 그의 말에 지인이 고개를 들어올렸다.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을 바라보는 그의 눈은 심각하고 진지했다. 지인은 대답대신 조용히 그의 입술로 다가가 속삭였다.
“걱정 마. 늘 네 곁에 있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