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그런데 어떻게 사랑하는 여자를 적으로 대하라는 말씀을 하실 수가 있으십니까. 어떻게 그 녀석을 또 다시 아프게 하라는 말씀을 그렇게 쉽게 하시는 겁니까. 변하지 않는 마음을 어떻게 한 순간에 바꾸라 하십니까.” - 지은후
“오셨습니까.”
공항 밖, 경직된 자세로 차 주위에 서있던 남자들이 사내를 향해 허리 꾸벅 숙이며 인사를 했다. 느릿하게 공항 밖으로 걸어 나온 사내는 쓰고 있던 선글라스를 벗으며 공허한 눈동자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꼿꼿한 등선과 여유 있는 움직임 그리고 수려한 자태. 사내의 얇은 입술 사이에서 묵직한 숨결이 비어져 나왔다.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턱을 치켜 올린 사내는 어둑해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선선한 공기가 해일처럼 밀려와 몸속으로 스며들었다.
5년 만이었다.
벌써부터 익숙한 향기가 스며들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미친 듯 그리워했던 단 한사람의 체향. 온 몸을 따뜻하게 데워주었던 온기가 그리웠다. 손끝으로 전해지던 매끄러운 감촉을 다시 한 번 더 느끼고 싶었다. 두 눈동자에 담고 싶은 단 한 사람. 숨이 멎을 만큼 만지고 싶은 여자.
“서태윤.”
한 일자로 굳게 다물려 있던 입술 사이에서 낮은 한숨과 함께 느릿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부딪혀보지도 않고, 뒤돌아선 난 병신이었다. 널 떠나 있었던 그 시간 동안 나는 미칠 것만 같았다. 그래서 지금, 이렇게 숨이 멎어 죽기 일보직전인 상태로 돌아왔다. 네가 있는 이곳으로.’
“가지 말라고 하지 마. 네 옆에만 있으라고 명령 하지 마. 너만 보라고, 너만 사랑해 달라고 그렇게 지껄이지 마. 그래 놓고선 가버릴 거면서. 이렇게 꽁꽁 묶어 놓고는 또 가버릴 거면서, 가지 말라고…… 옆에 있어 달라고 그렇게 달콤하게 속삭이지 말란 말이야!” - 서태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