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신성한 독화, 기린화의 저주와 축복을 받고 태어난 여화.
그리고 사락도의 대장장이 소녀 여.
물속에 감춰져 있던 여화의 나신이 그대로 드러나자, 재신의 얼굴에 당황한 빛이 서렸다.
“얼마를 내셨는지 모르겠지만 돈이 좀 아까우실 겁니다.”
“제법 냈다.”
“옷은 안 벗으실 겁니까?”
“이런 일에 능숙한가?”
“옷, 제가 벗겨 드려야 합니까?”
재신의 인상이 사나워지는가 싶더니 벌떡 일어나려 했다. 여화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그를 덮쳐 눕게 만든 후, 그의 배 위에 올라타며 그의 목을 움켜쥐었다.
“죽이진 않겠습니다.”
뜻밖의 공격에 황망한 표정을 지었던 재신이 여화의 말에 피식 웃는다.
그리고 순식간에 상황이 뒤바뀌었다.
“윽!”
이제 그가 여화의 위에 올라타, 그녀의 목을 조르고 있었다. 그리고 묻지도 않은 사실을 알려 준다.
“나는 돈으로 계집을 사지 않아.”
그럴 거면, 왜 여길 온 것일까.
“돈으로는 도구를 사지.”
여화는 그가 이 지옥에서 자신을 꺼내 줄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그냥 나가는 것으로는 여화의 성에 차지 않았다.
“얼마를 내셨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조금 비쌉니다.”
한번 끊어졌던 인연의 실타래가 겨우 매듭을 지었다.
화천국 황제의 독자로 태어난 태자 재신.
그러나 변방을 떠돌아야 하는 쓸쓸한 사내.
“저를 사신 이유가 무엇입니까?”
“내 희망.”
재신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황제가 나를 직접 죽여 주는 것이 내 희망이다.”
여화의 눈동자가 조금 커졌다.
“그때까지 살아 있기 위해 네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