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발리라는 낯선 곳에서 경험했던 꿈같은 하룻밤은 하얗게 색을 잃었고,
찬란한 태양 아래 검은 머리의 짐승은 수십 개의 키스 마크만을 남긴 채, 모습을 감추었다.
혼자서 눈 뜬, 발리의 첫날밤. 절대 현실이라 믿을 수 없었던 그 날…
-연락해, sia.
시아는 고민 없이 쪽지를 풀에 던졌다. 물 위에 둥둥 떠다니던 쪽지가 조각조각 녹아내리고, 그녀는 그 어떤 자취도 남기지 않은 채 그곳을 벗어났다.
그렇게 하룻밤 불장난은 끝이 날 줄 알았다.
하지만, 어느 날 그가 눈앞에 나타났다.
「우연이란 건 참 대단해.」
낮게 울린 남자의 중저음과 숨 막히는 분위기. 그리고 낯설지 않은 에메랄드빛 눈동자까지.
반쯤 열린 창문 넘어 보인 검정 머리카락과 매혹적인 시선에 시아의 심장이 바닥으로 추락했다.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기억의 단편. 꿈에서 맛보았던 절정을 준 그 남자. 사람을 혼미하게 만들었던 암녹색 눈동자가 그녀의 눈앞에 아른거렸다.
그리고 그것이, 그가 말했던 대단한 우연의 첫발이었음을. 그땐 미처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