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양재천에서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에 그녀는 고개를 틀었다. 허리에 손을 짚은 그녀의 시선 끝, 멀리 타워팰리스가 보이는 곳에서 저를 내려다보는 남자가 있었다.
채우는 밝은 빛에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자 남자가 두 눈을 가늘게 뜨곤 그녀를 응시한다. 전화기를 귀에 댄 채, 누군가와 통화하며 내려다보는 남자의 윤곽이 서서히 선명해진다.
그를 떠올리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최이겸?”
그의 이름을 입에 올리자 헛웃음이 터졌다. 제게는 마라톤 같은 존재였던 남자.
마치 전속력으로 달렸을 때처럼 제 목을 서서히 죄어오며 숨을 앗아가고, 머릿속을 희게 만들었던 남자였다.
그라는 걸 확신한 채우는 피가 발끝을 타고 쭉 빠져나가는 서늘함을 느꼈다. 자잘하게 끓어오르는 짜증은 일 년여 만에 나타난 남자를 향한 가벼운 분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