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현지원, 박유진, 이재훈. 세 남자의 기묘하고 병적인 공존에 대하여.
유약한 장마로 시작해 겨울의 비꽃과 수수한 가을비를 거쳐 따사로운 봄비까지, 사계절을 각자의 기질대로 달리 걷는 그들의 열꽃으로 짜여진 이야기.
***
‘니 말이 다 맞아. 니가 한 말, 틀린 거 하나도 없어. 그런데.’
‘…….’
‘그렇다고 니가 그런 건 아냐.’
‘…뭐?’
‘니가 지겹고, 무섭고, 버거운 건 아니라고.’
돌아서는 어깨를 잡아 돌릴 자신이 없었다.
덜컹, 끼익, 쾅! 대문의 녹슨 소음이 날아왔다. 그 소리를 신호처럼 다시 날뛰기 시작했다. 눈물 한 방울 떨어트리지 않고. 흐느낌 한번 흘리지 않고.
나는 지금 누워 있다. 착하게 내어 준 재훈이의 다리를 베고. 말끔하게 면도된 턱을 올려다보며, 내가 좋아하는 재훈이의 예쁜 손을 만지작거리며. 쏟아지는 형광등 불빛에 눈이 너무 시리다.
현지원이 가버린 뒤로 비는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