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세상은 힘있는 자의 것이다. 돈의 힘이든, 아니면 권력의 힘이든…… 그것도 아니면 나처럼 무력이라도 지니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나천의 눈빛에 기광이 떠올랐다.“너는 혹 운명과 숙명의 차이점을 아느냐? 숙명이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을 움직이는 손이고, 운명이란 자신이 움직여야 할 손이다.”나천의 눈가가 슬며시 찌푸려졌다.그는 궁사가 무슨 의도로 그런 말을 꺼내는 건지 언뜻 이해하기가 힘들었다.궁사의 얼굴이 나천을 향했다.두 사람의 시선이 팽팽하게 맞부딪쳤다.“지금까지 너를 움직여 왔던 것은 너의 숙명이지만, 이제부터는 네가 운명을 만들어가야 할 때가 온 것이다.”“당신의 운명은…….”나천의 입에서 흘러나온 최초의 말이었다.그는 궁사를 만난 뒤 지금까지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궁사의 얼굴에 얇은 웃음이 바람처럼 매달렸다.“나는 무사의 길을 택했다.”“당신의 이름은?”궁사의 웃음이 더욱 짙어졌다.“궁사! 네 이름은?”“내 이름…….”나천은 자신의 이름을 밝히기가 왠지 껄끄러웠다.나천(拏淺).물에 떠내려오는 것을 주웠다는 뜻이다.그런 나천의 모습을 궁사는 한참 동안 말없이 지켜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