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빛이 꺼지지 않는 복층 방, 깨끗한 이불과 맛있는 음식까지. 심지어 납치범은 식사시간을 제외하면 여잔우가 있는 공간에는 올라오지도 않았다. 감금된 처지라고는 믿을 수 없는 호화스러운 환경에 여잔우는 안일해져만 간다.
‘어쩌면, 그냥 이대로 여기서 사는 것도…’
짜악-!
여잔우는 자신의 뺨을 때리며 고개를 내저었다. 납치당한 상황에 햇빛도 못 보고 있으면서 이대로 사는 게 낫겠다니. 안일하다 못해 바보 같은 생각을 하는 자신을 콱 쥐어박고 싶었다. 복잡한 머리를 잠재우려 크게 숨을 뱉어내고 있으면, 타격음을 들은 정익한이 귀신같이 계단을 올라와 있었다. 새카만 눈이 상황을 인지하기 위해 데루룩 굴렀다.
“잔우, 왜…. 뭐가….”
정익한은 또다시 말을 대부분 삼키며 뚝뚝 끊긴 음절을 뱉었다. 이어 거대한 몸이 무색하도록 소리 없이 다가온 정익한이 여잔우의 턱주가리를 우악스럽게 쥐고 흔든다. 무식하기 그지없는 손길이었지만 여잔우는 알고 있었다. 이것이 순전히 붉어진 뺨을 살피기 위한 행동이라는 사실을.
“으윽-!”
“잔우가, 이랬어?”
새카만 눈이 또다시 여잔우를 집어삼킬 듯이 뜯어본다.
‘안일해진 경각심을 이렇게 손수 채우러 와주신다 이거지…? 이 민달팽이 같은 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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