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선생님, 우시지 마십시오. 눈물은 단백질과 염류 성분이라 바닥에 마르면 청소 수수료 8,000원이 부과됩니다.”
나보다 일을 잘하고, 가족에게 부담도 덜 주는 완벽한 복제체가 내 자리를 대신할 수 있다면, 나는 계속 살아 있어도 되는가.
15년 동안 구청 창구에서 조례집을 들이밀며 신청서를 반려해 온 9급 공무원 한도윤.
어느 날 저녁, 그의 단말기에 긴급 통보가 날아든다.
〈K-CYCLE 긴급통보: 직계비속 한서연 님이 귀하의 폐기를 신청하였습니다.〉
〈장치 내구연수 만료까지: 37일. 물리적 수거 대기.〉
자신의 자리엔 젊고 완벽한 2세대 복제체 ‘새 도윤’이 파견되어 침착하게 업무 인수인계를 요구하고,
수거차 안에는 산 사람의 신체를 ‘비운용 소모품’으로 절단해 청구한 영수증과 지하 B-17 수조의 비밀이 숨겨져 있다.
"퇴근은 승인됐다. 생존은 반려됐다."
폭력은 적자(赤字)다. 진짜 살상력은 공무원 직인과 완료 결재에서 나온다.
사람을 죽이는 결정은 한 번의 악의로 완성되지 않는다. 가족의 비용 계산, 장치의 한계, 병원의 청구서, 공무원의 서명이 이어지며 한 사람을 처리 가능한 물건으로 만든다. 각 담당자는 자기 업무를 끝냈다고 말할 수 있다. 당사자는 아직 숨을 쉬고 있다.
체제가 나를 쓰레기로 규정했다면, 살아남는 길 역시 서류 안에 있다.
서류 한 장과 몇 시간의 유지비처럼 작고 구체적인 단위로 벌어지는, 가장 차갑고 치열한 행정 생존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