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오해물 #역키잡 #연하공 #집착공 #계략공 #연상수 #시한부수 #병약수 #무심수
오랜 지병으로 삶에 대한 애착이 없는 소년 리시엘. 어느날 제 정원에 침입한 꾀죄죄한 어린아이를 줍는다. 리시엘은 아버지의 사생아임이 분명해 보이는 아이를 시종으로 두고 가르치며 곧 다가올 자신의 죽음을 준비하는데…….
그러나 죽은 줄 알았던 자신이 살아있음을 알게 된다.
“헨……델?”
죽기 전, 마지막까지 곁을 지킨 시종을 부르자 침대 근처의 그림자가 우뚝 멈춰 섰다. 내달리듯 뛰어온 누군가가 촤악- 거칠게 캐노피를 젖혔다.
“아.”
짧은 한마디를 남긴 사용인은 처음 보는 자였다. 얼굴을 자세히 보기도 전에 금방이라도 꺼져버릴 듯한 음성이 남자에게서 새어 나왔다.
“또, 꿈이죠?”
그 목소리엔 이런 일을 수십 번도 더 겪은 듯 먹먹함이 서려 있었다. 일단 지독한 갈증에서부터 벗어나고 싶었던 리시엘은 바싹 마른 목구멍을 적시며 애원하듯 굴었다.
“몰라. 물이나 줘…….”
하지만 안면 없는 불청객은 헛소리를 해대며 치근댔다.
“지금, 말한 거예요? 날 불렀어요?”
“…….”
“꿈이 아니야?”
깜짝 놀랄 정도로 가까워진 상대방 덕에 리시엘은 그토록 궁금해하던 남자의 얼굴을 또렷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시원하게 뻗은 콧대와 날카로운 턱선, 희미한 램프의 빛에도 보석처럼 반짝이는 녹색 눈동자. 그 모든 걸 아우르듯 반짝이는 창백한 금발이 어딘지 익숙했다.
“너 누구야?”
그 말에 번쩍 뜨인 큰 눈이 오히려 의아하다는 듯 리시엘을 올려다봤다.
“아까부터 나를 불렀잖아요. 날 보면서 내 이름을 속삭였잖아.”
뭐? 아까부터 내가 부른 건 덜떨어진 놈이 아니라 꼬맹이 시종인데.
“……헨델? 네가 헨델이라는 거야?”
그 말에 눈물을 매단 녹색 눈동자가 한껏 가늘어졌다. 마치 그게 정답이라는 듯이.
- 표지: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