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내 인생은 이 사랑을 깨닫는 순간부터 망했다.
15살 여름.
떠올리는 것만으로 찐득한 6월의 습한 공기가 목을 옥죄었다. 그림자에 절반이 먹힌 앳된 얼굴의 소년이 날 노려보고 있었다.
그곳은 다른 공간처럼 보였다.
창문도 없는 골방, 내 등 뒤의 따가울 만큼 뜨거운 햇볕과 달리 한기마저 도는 그림자 속.
재빨리 소매를 당겨 숨긴 흰 팔뚝에 새빨간 선이 여럿이었다. 앳된 소년의 얼굴에 순간 떠오른 건 치욕과 수치였다.
말을 잊은 채로 그를 쳐다보는 내게 소년이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꺼져.”
그리고 33살 겨울.
나는 이 유감스러운 남자를 마음 깊이 동정했다. 저 얼굴과 피지컬이 아까울 따름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우리나라 굴지의 재벌 3세여도 그 안에 들어앉은 게 인간 혐오와 여성 공포증에 시달리는 공포의 주둥아리라는 걸 알면 도망가야 마땅하다.
마땅했는데.
인간 혐오에 여성 공포증이 뒤섞인 재벌 3세.
공포의 주둥아리의 소유자.
내 공주, 강사언.
나는 이 잘못된 인연이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를 거슬러 올라가 보다, 만남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왜 부른 거야? 나 바빠.”
바쁜 건 사실이었다. 점심시간도 끝나가고.
“일 하나 하자고.”
사언의 목소리가 낮았다. 내가 그를 쳐다보자, 쓰레기는 진지한 낯으로 말했다.
“민채윤, 돈 줄게. 나하고 만나자.”
돌이켜보건대, 여기가 내 짝사랑의 최저점이었다.
널 어쩌다 사랑하게 되었을까.
가여운 네가 사랑스럽지 않았다면, 난 나를 이렇게 비웃지 않을 수 있었을 텐데.
일러스트: DAMU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