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헤이든 블레임은 콜린 루이즈가 자신을 사랑한다는 걸 알고 있다.
오래전에 차 버렸지만.
하지만 오늘, 가문끼리의 정략혼으로 두 사람은 부부가 된다.
“나랑 결혼할 생각 하니까 기분이 어때?”
“……두 가문이 앞으로도 잘 지냈으면 좋겠어.”
거짓말. 속으로는 엄청 좋아하고 있으면서.
콜린의 짝사랑이 아직 현재 진행 중인 걸 알고 있는 헤이든은,
한집에 살면서도 무덤덤하기만 한 콜린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정말 날 사랑하는 거 맞아?
괜히 답답해진 헤이든은 질투를 유발해 보지만.
“나, 늦어. 아마 오늘은 저택에 못 들어갈 것 같은데.”
“응, 알겠어.”
그럴 때마다 항상 콜린은 태연하기만 하다.
“혹시 결혼 생활이 불편하면 언제든 이혼하고 싶다고 해도 돼.”
게다가 콜린은 질투하기는커녕 오히려 이혼 얘기까지 먼저 꺼내고 마는데……?
“……너 그 말 무슨 뜻이야.”
▶잠깐 맛보기
콜린은 연회장을 빠져나오며 마차로 향하려는 발걸음을 멈췄다.
“난 저택으로 바로 못 갈 것 같은데.”
“응? 왜?”
“아까 만난 동기들이 한잔하자고 해서.”
헤이든은 아까 동기들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이렇게 오랜만에 모이는 것도 쉽지 않으니 이왕 이렇게 된 거 기념이라도 하자고. 고민할 것도 없었다. 당연히 갈 생각이었다. 그는 아무 생각 없이 재밌게 즐길 수 있는 걸 가장 좋아했다.
하지만 콜린이 싫다고 한다면 재고해 볼 의향 정도는 있었다. 배우자가 프라이빗한 살롱에서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는 걸 보통은 싫어할 테니 말이다.
그러니 가지 않는 걸 원한다면 짝사랑하는 그 마음을 봐서라도 따라 줄 생각은 있었다.
“난 갈 생각인데.”
저택 밖으로 이어지는 길로 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돌아가는 귀빈들의 편의를 위해서였다. 밤 특유의 서늘한 바람이 안팎으로 훅 불어오며 콜린의 은발이 살짝 흩날렸다.
“그래? 그럼 나 먼저 저택으로 돌아갈게.”
그리고 콜린은 망설임 없이 현관을 넘었다. 아직 연회장 안에 서 있는 헤이든을 놔두고.
결국 헤이든의 미간이 속절없이 구겨지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