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병약하게 태어나 평생 가난에 시달려 온 설유원은, 어느 날 까닭 모를 친절을 베푸는 부유하고 잘생긴 사내를 만난다.
설유원은 다정한 그에게 속수무책으로 마음이 쏠리고, 사내는 자신이 황제의 조카인 안서왕임을 밝히며 구혼한다.
설유원은 이제 설가의 앞길이 순탄할 것이라 믿으며 그의 구혼을 받아들인다.
혼롓날 밤, 자신을 액받이로 만드는 주술이 행해지리라는 사실도 모른 채.
*
“하지만 저는, 전하께서 저를 연모하신다 믿었습니다.”
“너를 연모한다. 네가 살기를 바라고, 너와 함께 살고 싶고, 그러니….”
설유원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흐트러진 머리칼 사이로 드러난 선한 눈에는 원망이 가득했다.
“앞에서는 달콤한 말을 속삭이며 뒤로는 기만하는 것이, 전하께서 생각하시는 연모입니까?”
“유원아.”
권경신의 음성이 흔들리고 있었다. 그의 배려와 걱정이 자신을 향한다는 사실이 마냥 좋았던 시절도 있었다. 이제는 그 시간이 아득히 먼 과거처럼 느껴졌다.
“그냥 저를 죽게 내버려두십시오. 그게 전하께서 바라시던 바가 아닙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