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그녀에게 남은 시간이 일 년이라는 말을 듣고 돌아오는 길, 우리는 저녁에 뭘 먹을지 정하지 못했다.
서른여덟을 넘겨 만난 여자였다. 혼자 사는 데 익숙해진 내 냉장고에 그녀가 좋아하는 과일이 들어오고, 주말이면 두 사람 몫의 빨래가 걸렸다. 다섯 해를 그렇게 보냈다. 우리가 처음 떠난 여행에서는 비가 사흘 내내 왔다. 우리는 우산 하나를 두고 싸웠고, 돌아와서는 같은 사진을 골라 휴대전화 배경으로 해두었다. 다음에 살 집은 볕이 잘 들었으면 좋겠다고, 나이가 들면 바닷가 가까운 곳으로 가자고 했다. 그때마다 나는 휴대전화에 집이며 동네 이름을 적어두었다.
함께 늙는 일이 어려운 소원일 줄은 몰랐다.
나는 우리가 미뤄둔 일들을 헤아렸다. 그녀는 다음 진료가 무슨 요일인지 물었다. 병원을 나와서는 차를 어디에 세웠느냐고 했다. 주차 층수가 도무지 생각나지 않았다.
나는 자꾸 그녀를 위해 무언가 하려 했고, 그녀는 그런 나 때문에 종종 화를 냈다. 같이 보던 드라마가 끝나기도 전에 여행 이야기를 꺼냈다가, 아직 보고 있잖아, 하는 말을 들었다.
그녀가 먹다 남긴 사과를 냉장고에 넣고, 다음 주 날씨를 찾아보고, 별것 아닌 일로 다퉜다가 먼저 전화를 거는 날들. 우리에게 남은 일 년에도 그런 하루가 있기를 바랐다.
다섯 해 동안 사랑한 사람과 마지막 사계절을 보내는 이야기. 무지개가 뜨면 한참을 올려다보던 그녀에게, 나는 아직 해주지 못한 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