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테리아 제국 최고 마법사 로잘린 발로아.
그녀는 사랑하는 아르센이 원하는 건 뭐든 다 주었다.
정적이 사라지길 바라면 죽였고
제국을 원하기에 바쳤다.
아르센은 그저 말만 하면 되었다.
“잘했어.”
그녀는 제 머리를 쓰다듬는 다정한 손길만으로도 행복했다.
그러나…….
“제국을 위해 죽어줘.”
그 끝은 화형이었다.
로잘린은 뜨거운 불길 속에서 복수를 다짐하며 회귀 마법 수식을 읊었다.
그렇게 다시 그녀는 회귀했다.
*
뒤늦게 제가 소설에 빙의한 것을 알았으나 복수는 시작도 전에 망했다.
그녀는 흑화한 사촌 남주에게 죽는 서브 악녀였으니까.
살려면 원작 소설 등장인물은 물론 남주의 영지이자 제 손으로 멸망시킨
북부는 쳐다보지도 말아야 했다.
“북부의 영주님이 되어 주십시오.”
마력도 없고 집도 없게 되지만 않았어도.
아니. 북부에 마력이 넘치지만 않았어도 도망쳤을 텐데.
‘남주 등장까지 1년 남았으니까 그동안 마력 좀 채우고 튀자.’
그사이 농사도 조금 짓고, 영지도 둘러보고,마물과 싸우느라 고생한 기사들에게 약도 만들어 주었다.
남주가 돌아왔을 때 영지가 엉망이면 흑화할지도 모르니까.
망하지만 않게 하려던 것뿐이었다.
그런데…….
“후작님은 기적 같은 분이세요. 오래 사셔야 해요.”
환자에게 수프 좀 끓여줬다고 장수 덕담을 듣질 않나.
“제가 이런 걸 할 수 있다니. 후작님은 엄청난 천재신 게 틀림없어요.”
혼자 일하기 힘들어서 일 시켰더니 폭풍 칭찬을 하고.
“원하는 건 다 줄 테니 제발 팔아주게.”
영지 빚 갚으려고 잡초 몇 개 팔았는데 사람들이 북부로 몰려든다.
아니, 마물 무섭다면서요?
북부는 몹쓸 땅이라더니 영지민 신청서 접수는 왜 하시는 건데요?
‘너무 주목받으면 도망을 못 치잖아.’
망하지만 않게 하려고 했는데 자꾸 영지가 잘 나간다.
게다가 무심하기 짝이 없던 카일란도 점점 그녀를 신경 쓰기 시작한다.
“떠나고 싶으면 미리 말해요. 계획을 세워야 하니까.”
팔을 위로 든 로잘린이 그에게 잡힌 손목을 흔들었다.
“그 전에 이걸 먼저 놓는 계획부터 세우는 게 어떨까요?”
순간, 그의 뺨과 귓불이 붉게 달아올랐다.
마치 얼굴에 불이라도 난 것 같았다.
미계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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