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선한 마음과 따뜻한 서정의 언어로 자본주의 사회의 부조리한 이면과 소외된 삶의 풍경을 노래해온 함민복 시인의 신작 시집이다. 전작 『눈물을 자르는 눈꺼풀처럼』 이후 13년 만에 선보이는 여섯번째 시집으로, 강화도 갯벌에서 길어 올린 낮고 겸허한 언어는 여전하되 사유의 반경은 한층 넓어졌다. 인간과 자연의 교감에서 출발한 시선은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을 지나 갈등과 대립의 시대를 향한 통찰로 뻗어 나간다.
제목 ‘물빛인쇄소’는 제 몸을 구부려 빛을 출력하는 바다의 이미지에서 왔다. 시인은 자연 가까이서 마음에 마음이 새겨지는 순간들을 시로 받아 적고, 서로 다른 생명들이 물들이며 살아가는 공존의 풍경을 그린다. 죽음을 삶 바깥의 사건이 아니라 삶을 비춰주는 존재로 바라보며, 삶과 죽음이 서로 맞물려 순환하는 하나의 운동임을 보여준다.
‘화살표를 위하여’라는 부제가 붙은 열편의 연작에서는 자본주의 사회와 갈라진 광장, 전쟁과 종교, 인공지능을 통해 서로를 겨누는 방향들의 시대를 점검한다. 추천사를 쓴 이대흠 시인은 이 시집이 선사하는 감흥을 “고요한 황홀”이라 이름 붙였다. 서로 다른 방향들이 맞물린 균형과 모든 방향의 합산으로 이루어지는 평화를 묻는 시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