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 안녕하세요, 유네스코 세계유산(UNESCO World Heritage) 독자 여러분! 오늘은 아프리카의 거인(Giant of Africa), 나이지리아(Nigeria)로 떠나보겠습니다. ‘나이지리아’라는 국명은 니제르강(Niger River)에서 유래했습니다. 19세기 말 영국 언론인 플로라 쇼(Flora Shaw, 1852~1929)가 강 이름에 영토를 뜻하는 접미사(-ia)를 붙여 부른 것이 그 시작입니다. 1960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나이지리아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국가(The most populous country in Africa)’이자, 250여 개의 민족이 공존하는 문화의 용광로입니다. 특히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수쿠르 문화 경관(Sukur Cultural Landscape, 1999)은 독보적인 전통 철기 제련 기술을 자랑하며, 요루바족(Yoruba)의 다산의 여신 오순(Osun)이 머무는 오순-오소그보 신성한 숲(Osun-Osogbo Sacred Grove, 2005)은 서아프리카 정령 신앙의 정수를 고스란히 품고 있습니다. 1960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나이자(Naija)! 나이지리아로 떠나보시겠습니까? 테마여행신문 TTN Korea 유네스코 세계유산(UNESCO World Heritage) 시리즈와 함께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멋진 여행을!
▶ 고결한 인격이 쌓아 올린 통합의 미학, 오몰루와비(Omoluabi: The Aesthetics of Unity Built on Noble Character) : 나이지리아 국토 서남부 아열대 기후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전체 국가 인구의 약 21%를 차지하는 요루바족의 정체성을 이해하는 첫 번째 키워드는 '오몰루와비(Omoluabi, 훌륭한 성품을 지닌 자)'입니다. 이 단어는 요루바어에서 '아이'를 뜻하는 오모(Omo), 관계대명사 티(ti), '성품과 인격의 군주'를 뜻하는 올루-이와(Olu-iwa), '잉태된'이라는 뜻의 비(bi)라는 네 개의 형태소가 정교하게 결합된 심오한 명사이자 형용사입니다. 직역하면 "성품의 군주에 의해 잉태된 고귀한 아이"라는 아름다운 뜻을 지닙니다. 이는 육체적 출생을 넘어 치열한 자기 수양을 거쳐 도덕적 완성에 도달한 이상적 인간을 일컫는 요루바 사회 최고의 철학적 지향점입니다. 오몰루와비로 불리는 자는 세속적 부나 권력을 쥔 자가 아닙니다. 오직 '이와 페레(Iwa Pele, 훌륭한 성품)'를 근간으로 타인에 대한 깊은 존중, 공동체를 향한 대가 없는 헌신, 역경 앞에서도 꺾이지 않는 맑은 진실성을 실천하는 자만이 이 영광스러운 호칭을 받습니다.
▷ 포용과 존중의 시각적 승화: 겔레데 의식(Visual Sublimation of Inclusion and Respect: The Gelede Ritual) : 오몰루와비 철학이 강조하는 덕목은 존중(이테리바), 타인을 향한 선의(이누 레레), 진실(오티토), 불굴의 용기(이그보야), 근면함(이세) 등으로 세분화되며, 이는 유례없는 수준의 사회적 관용(Social tolerance)을 싹틔웠습니다. 한 지붕 아래에서 기독교, 이슬람교, 그리고 토착 신앙(오군)이 유혈 갈등 없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기적 같은 풍경도 종교적 교리보다 인간의 고결한 성품과 통합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정신 덕분입니다. "열 손가락의 길이가 모두 다르듯 사람의 길도 다르며, 하늘은 우리 모두의 다름을 품어줄 만큼 한없이 넓다"는 이들의 다원주의적 태도는 예술과 제의의 형태로 승화되었습니다. 그 완벽한 사례가 바로 2008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겔레데 구전문학 및 의식(Oral Heritage of Gelede)'입니다. 추수기나 주요 행사에 열리는 이 가면극은 남성들이 여성의 복장으로 춤을 추며, '태초의 어머니(이야 닐라)'를 위시한 여성들의 영적·사회적 권위를 소리 높여 찬양합니다. 가부장적일 것이라는 서구의 고정관념을 깨고 여성 고유의 원초적 힘을 인정하며 공동체의 평화를 도모하는 이 의식은, 타자의 가치를 온전히 존중하는 오몰루와비 철학의 시각적 걸작입니다.
▶ 내면의 우주가 창조하는 무한한 개척 정신, 치(Chi: The Boundless Pioneering Spirit Created by the Inner Universe) : 나이저강을 건너 나이지리아 국토 남동부로 시선을 옮기면, 인구의 약 18%를 구성하며 범접할 수 없는 진취성을 뿜어내는 이그보(Igbo)족과 마주합니다. 외부에서 보기에 지독히 개인주의적이고 강인해 보이는 이들의 행동 양식을 지배하는 강력한 영적 키워드는 '치(Chi, 개인의 수호령 혹은 내면의 신)'입니다. 이그보족의 심오한 우주론에 따르면, 모든 인간은 창조주 '추쿠비아마(Chukwuabiama)'로부터 분화된 절대적 영적 파편인 치를 부여받고 태어납니다. 이는 인간이 수동적인 피조물이 아니라 창조주의 신성을 품은 무한한 소우주이며, 스스로 운명을 개척해 나갈 주체임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영성주의는 이그보 사회에 '이그보 엔웨 에제(Igbo enwe eze, 이그보족에게는 왕이 없다)'라는 독특한 절대적 평등주의를 뿌리내리게 했습니다. "내 안에 신의 파편인 치가 있는데 어찌 다른 인간에게 주권을 양도하겠는가?"라는 질문은 외부의 억압에 종속되기를 거부하는 불굴의 저항 정신으로 발현되었습니다.
▷ 지적 저항의 산물: 크리스토퍼 오키그보 컬렉션(A Product of Intellectual Resistance: The Christopher Okigbo Collection) : 이러한 불굴의 주체성이 현대 문명의 잉크와 종이를 빌려 지적 기록으로 승화된 최고의 사례가 200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크리스토퍼 오키그보 컬렉션(Christopher Okigbo Collection)'입니다. 초대 대통령 은남디 아지키웨나 소설가 치누아 아체베 같은 이그보 출신 지식인들처럼, 모더니즘 시인 크리스토퍼 오키그보(1932~1967) 역시 서구 제국주의가 강요하는 문화적 열등감에 굴복하지 않았습니다. 그의 시적 초안, 서신, 메모로 구성된 이 방대한 컬렉션은 20세기 아프리카 탈식민주의 문학계의 가장 숭고한 지적 투쟁을 증명합니다. 오키그보는 "나는 흑인 시인도 아프리카 시인도 아니다. 그저 한 명의 시인일 뿐이다"라고 선언하며 서구의 좁은 프레임을 거부했습니다. 그의 기록물은 식민 통치와 내전의 비극을 관통하면서도 보편적 목소리를 스스로 직조해 낸 위대한 '치'의 결정체입니다.
▶ 광활한 대지 위에 피어난 평화와 공존, 자만 라피야(Zaman Lafiya: Peace and Coexistence Blooming on the Vast Earth) : 나이지리아 북부의 드넓은 사바나와 모래바람 부는 사헬(Sahel) 지대에서는, 오랜 기간 사하라 횡단 무역로를 주도해 온 하우사(Hausa)족의 강인한 삶과 마주합니다. 극한의 환경 속에서 유목, 정착 농경, 상업이 교차하는 이 위험천만한 세계를 지배하는 궁극적 지향점은 바로 '자만 라피야(Zaman Lafiya, 평화로운 공존과 삶)'입니다. 자만(Zaman)은 '거주나 삶의 방식'을, 라피야(Lafiya)는 '평화와 정신적 안녕'을 뜻합니다. 서구적 관점의 무력 부재나 개인적 평온을 넘어, 하우사족에게 자만 라피야는 만물이 존재하는 근본 이유이자 우주의 목적입니다. 이승의 삶은 오직 '공동체의 유기적 관계망을 얼마나 공고히 했는가'로 엄격히 평가받습니다. 다양한 이방인과 교류해야 했던 이들에게 상호 폭력 억제와 평화는 생존의 필수 조건이었습니다. 이들은 "Baki kan yanka wuya(혀가 목을 벤다)"라는 속담을 새기며 감정을 자제하고 질서를 지켜내는 것을 최고의 미덕으로 삼았습니다.
▷ 척박한 자연을 극복한 건축적 성취: 수쿠르 문화 경관(Architectural Achievement Overcoming Barren Nature: The Sukur Cultural Landscape) : 극한의 자연과 이질적인 인간 군상 속에서 공동체의 생존을 쟁취해 낸 하우사-풀라니 문화권의 철학이 거대한 건축물로 구현된 곳이 바로 1999년 세계유산에 등재된 '수쿠르 문화 경관(Sukur Cultural Landscape)'입니다. 아다마와(Adamawa) 주 험준한 산맥의 고지대에 자리 잡은 이 유적은 인간이 척박한 돌산에서 어떻게 평화롭게 조화를 이뤘는지 보여줍니다. 접착 물질 없이 돌만으로 쌓아 올린 방어벽, 영적 통치자 히디(Hidi)의 궁전, 계단식 농경지는 단순한 생존 수단을 넘어섭니다. 이들은 철기 제련 산업을 중심으로 영적 제례와 경제 규범을 통합했고, 외양간을 공동 관리하며 부족 전체가 거대한 유기체처럼 맞물려 움직였습니다. 수쿠르의 돌담은 너와 나를 가르는 배타적 경계가 아니라,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공동체를 보호하고 화합을 영속하기 위해 한 땀 한 땀 엮어 낸 자만 라피야의 비석입니다.
▶ 대지를 적시는 생명수처럼, 지혜는 끊임없이 흐른다(Like the Water of Life Soaking the Earth, Wisdom Ceaselessly Flows) : 우리는 나이지리아를 그저 원유를 수출하는 인구 대국으로 바라보던 피상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그들 조상들의 혈관을 타고 흐르는 숭고한 정신적 가치를 더듬어 보았습니다. 다름을 끌어안는 요루바족의 넉넉한 오몰루와비, 억압 앞에 무릎 꿇지 않는 이그보족의 강렬한 치, 척박함 속에서도 신뢰로 공존을 지켜내는 하우사족의 지혜로운 자만 라피야에 이르기까지, 이 세 철학은 나이지리아라는 위태로운 모자이크를 하나로 묶어주는 영적 접착제입니다. 혹독한 역사적 시련 속에서도 유쾌한 웃음과 강인한 생명력을 잃지 않고 미래로 나아가게 하는 웅장한 동력이기도 합니다.
Hannu daya ba ya daukar jinka.
One hand cannot lift a thatched roof.
한 손으로는 지붕을 들어 올릴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