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현대물, #찐애인찾기, #감금
#미인공, #다정공, #호구공, #헌신공, #집착공, #복흑/계략공, #연하공, #사랑꾼공, #순정공, #절륜공, #존댓말공, #일편단심공, #호락호락하지않공
#미인수, #연상수, #얼빠수, #도망수, #기억상실수, #산책수
* 공: 현해건(26) – 서시진의 말이라면 껌뻑 죽는 호구 사랑꾼. 겉보기엔 예쁘고 온순하나 집착, 감금, 결박 등의 분야에 의외의 재능을 보인다.
* 수: 서시진(29) – 기억상실증에 걸린 전직 사기꾼. 마침 제 애인이라며 찾아온 현해건을 호구 잡아 한동안 호의호식하나 짧은 판단력으로 자꾸만 위기를 자초한다.
의문의 교통사고를 당한 후 기억상실증까지 걸렸다. 기억이 몽땅 날아간 것도 서러운데, 돈도 없는 빈털터리란다.
그런 내게 현해건이라는 남자가 찾아왔다. 본인을 내 애인이라고 소개하면서.
애초에 내가 남자가 가능했던가? 나는 눈앞의 남자를 깐깐하게 훑어보았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그리곤 바로 확신할 수 있었다.
가능.
그렇다면 자연스레 뒤따라오는 궁금증이 있었다.
‘내가 공격인가, 수비인가.’
물어볼 패기는 없었으니 이건 그냥 패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그가 손목에 차고 있는 것만 해도 차 한 대 값이었고, 옷과 신발도 죄다 최소 몇 백짜리라는 사실이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없던 사랑도 생기는 법. 나는 서로 천천히 알아 가는 시간 따위 바로 생략하고 공사에 돌입했다.
“아니 자기야, 사랑하는 사이라면서 왜 지금 왔어? 미쳤어?”
“자, 자기….”
‘자기’라는 한마디에 얼굴이 새빨개지는 그는 돈 많고, 순진하고, 예쁜 호구 그 자체였다.
퇴원 후 나는 현해건과 동거하며 그의 등골을 쏙쏙 빼먹었다. 유사 연애도 착실히 즐기며 도파민 터지는 나날을 즐기는 것도 잠시, 또 다른 남자가 내게 접근했다. 현해건이 아니라, 본인이 진짜 애인이라고 하면서.
“다시 잘 봐 봐, 시진아. 응? 모를 수가 없잖아. 나 강재혁이잖아.”
가뜩이나 뺑소니범이 안 잡혀 골머리를 앓고 있던 나는 진짜 애인까지 가려내야 할 위기에 처해 버렸다.
***
“너는 내 얼굴이 마음에 들어?”
“네.”
묻는 보람이 있는 즉답이었다. 해건의 표정도 거짓 하나 없이 진실되어 보였다. 이젠 거의 벅차오르다 못해 그렁그렁해진 눈빛으로 그가 말을 이어 갔다.
“형 얼굴 볼 때마다 너무 행복해요. 형이 너무 예쁘고 귀여워서 저만 보고 싶어요. 집에 숨겨 둬서 남이 절대 못 찾게 하고 싶어요.”
“아니 뭐 그렇게까지….”
저렇게 대놓고 입에 발린 말에는 넘어가지 말아야 하는데, 이상하게 몸이 꽈배기처럼 배배 꼬이려고 했다. 시진은 히죽거리다가 신나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럼 내 성격은? 이 정도면 나름 괜찮지 않아? 어때.”
“…….”
…이 새끼가?
생각보다 늦어지는 대답에 시진이 눈을 부릅뜨고 있으니 해건이 재빠르게 입을 열었다.
“저는 형의 모든 게 다 좋아요. 형이랑 결혼해서 평생 살고 싶어요.”
음. 합격. 비록 몇 초간의 딜레이가 있긴 했으나 제법 마음에 차는 답변이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