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혁명으로 인한 망명 이후 극장의 청소부로 일하며 근근이 생계를 부지하고 있는 라파일 카라예프.
그는 한 달에 한 번 주기 발작이 찾아오는 형질 보유자이자 파리의 빈민이다.
그는 어느 날 불의의 사고로 극장의 공연을 망치게 되고,
순식간에 45,000프랑이라는 막대한 빚더미에 앉게 되는데.
절망한 라파일에게 가면을 쓰고 정체를 숨긴 남자가 접근해
빚을 갚아 주는 대신 자신의 요구를 들어 달라는 제안을 해 온다.
제안의 내용은 라파일의 형질을 이용해 같은 형질 보유자인 목표물에게 접근하는 것.
“……그러니까……, 창부가 되라는 말이군요.”
남자가 나를 향해 싱긋이 웃었다. 물론 그것은 내 착각이었다.
가면 위로는 그 어떤 표정도 보이지 않았다.
“알아들은 것 같으니 더 길게 말하지 않겠소.
그에게 접근해 그를 유혹하시오, 라파일 카라예프. 당신의 형질을 이용해서 말이오.”
궁지에 몰린 라파일은 고민 끝에 그 제안을 수락하고 목표물을 만난다.
그 목표물이 자신이 오래 전 배신했던 연인이라는 사실은 꿈에도 모른 채.
* * *
“이런, 이런, 이런……, 라파일 카라예프, 이렇게 마주칠 줄이야. 정말 오랜만이군. 잘 지냈어?”
그가 내게 손을 내밀었다. 아마 악수를 청하는 것이었겠지만 그가 손을 내민 순간 나는 본능적으로 주춤하며 뒤로 물러서고 말았다. 구둣발이 샴페인 잔의 파편을 밟으며 기분 나쁜 파열음을 냈다. 불협화음 같은 그 소음에도 그의 낯에 어린 미소는 사라지지 않았다. 도리어 반쯤 접혀 있던 눈웃음이 좀 더 가늘어졌을 뿐.
“키신그라드 공, 카라예프 씨를 아십니까?”
그가 내민 손을 거두지 않은 채 나를 내려다보며 대꾸했다.
“알다마다. 아주 절친한 사이였지. 이런 식으로 마주칠 거라곤 생각조차 하지 못했지만……. 그건 카라예프 씨 또한 마찬가지인 것 같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