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하자, 결혼.”
충동적으로 내뱉은 말에 이슬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 미세한 균열을 포착한 순간,
엉망으로 뒤틀려 있던 택서의 속이 조금은 정돈되는 기분이었다.
“흔히들 하는 거잖아. 서로의 이득을 위한 정략결혼. 그냥 쇼 한 번 하자는 거야. 딱 1년만.”
1년이면 충분했다.
8년 전 자신을 일방적으로 버리고 달아났던 저 여자가 별것 아니라는 걸 확인하기에.
이번엔 내가 더 차가울 거고,
내가 먼저 등 돌릴 테니까.
“우리끼리는 할 말 다 끝난 것 같은데, 나 먼저 간다.”
돌아서려는 순간이었다.
“응. 결혼식 날 봐, 여보.”
등 뒤로 파고든 두 글자에 걸음이 그대로 멈췄다.
쳐 둔 방어벽이 무색하게 가슴 언저리가 뻐근하게 조여 왔다.
* * *
“와, 찌질한데. 전 애인 잘된 거 배 아파하는 거?”
뼈를 때리는 친형의 타박에도 택서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찌질하면 어때. 걔도 결국 자기 이득 챙기려고 그 같잖은 쇼에 고개 끄덕거린 마당에.”
“그래서, 뭐 어쩌려고.”
마침내 이 결혼을 선택한 택서의 가장 시커멓고 음습한 속내가 형체를 드러냈다.
“상처 주고 싶어.”
“얼씨구.”
“울리고 싶어.”
“절씨구.”
갈라진 입술 틈새로 더 짙은 본심이 비집고 새어 나왔다.
“나 때문에 많이 아팠으면 좋겠어.”
내가 아팠던 만큼.
더는 안 바랄 테니, 딱 그만큼만 아팠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