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구토를 하고 무대에 오른 날이 있었다. 이석증 진단 이후 진통제와 구토 억제제를 삼켜가며 국제행사 MC 자리를 지켰던 날, 저자는 깨달았다. 타인의 평가에 부응하기 위해 생존 에너지까지 끌어다 쓰던 자신이, 이미 오래전부터 ‘바스러지기 직전’이었다는 것을. 『나는 나를 번역하기 시작했다』는 그 균열에서 시작된 치열한 자기 번역의 기록이다.
이 책은 통역과 번역, 국제행사 진행까지 14년간 프리랜서로 살아온 저자가 번아웃과 난청, 어지럼증 등 몸의 경고 앞에서 처음으로 자신에게 말을 걸기 시작한 이야기다. 타인의 의도를 정확한 언어로 옮기는 데만 골몰해 온 전문가가, 정작 자신의 마음에는 얼마나 불친절하고 낯선 언어를 써왔는지를 돌아본다.
‘성취의 언어, 취약성의 언어, 회복의 언어’로 이어지는 3장의 구조는 빛나는 무대 위의 순간과 이불 속 칩거가 번갈아 등장하는 삶의 궤적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저자가 마음속 깊은 우물에서 길어 올린 단어들 ‘Devastation(황폐함), Resilience(회복탄력성), Fulfilling(성취감), Cocooning(누에고치 속 칩거)….’은 오래 묻어두었던 감정에 비로소 이름을 붙여주며, 어느새 자신을 번역하는 단서가 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