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친구의 부탁으로 대신 나간 맞선 자리.
인하의 목표는 단 하나였다.
어떤 여자가 나오든, 30분 안으로 예의 바르게 거절하고 돌아서는 것.
상대로 나온 정안은 단정하고 가녀린 인상의 여자였다.
차분하고 반듯하게 거절하는 모습이 역시나 맞선에 흥미는 없어 보였다.
인하가 자리에 앉은 지 딱 10분.
두 남녀는 미련 없이 담백하게 만남을 끝냈다.
어차피 다시 만날 일 없는 사이였으므로.
그런 줄 알았는데.
호텔 라운지 바에서 다시 마주한 그녀의 모습은 아까 전과는 완전히 달랐다.
널브러진 빈 맥주잔과 와인 잔들.
그것도 부족했는지, 와인을 맥주처럼 잔에 가득 채워 단숨에 삼키고는
입가에 맺힌 와인을 대충 닦아 내는 손짓까지.
웬 대단한 술꾼이 거기 앉아 있었다.
“제가 부끄럽지 않으면 합석하셔도 돼요. 오늘 제가 여기 라운지 바에 있는 와인들 다 거덜 낼 거거든요.”
정안은 너만 괜찮으면 나도 괜찮다는 식으로 두 어깨를 으쓱하면서 말했다.
자포자기하듯 솔직하게 털어놓는 정안이 귀여워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와인들 거덜 내는 데 동참하겠습니다.”
와인으로 물든 진한 분홍빛 입술을 쓰다듬으며, 저 벌어진 턱을 제 손으로 닫아 주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