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야. 날 죽인 이들에게 복수하고 싶지 않아?”
죽은 남편의 초상화가 말을 걸어왔다.
막 그의 장례식을 치른 뒤의 일이었다. 하지만,
“나와 계약해. 당신의 영혼을 내게 주는 거야, 오브.”
달콤한 목소리와 다정한 눈빛.
그러나 미처 숨기지 못한 섬뜩함과 낯섦.
‘이건, 내 남편이 아니다.’
그림 속 남자, 그는 남편의 껍데기를 쓴 악마였다.
그럼에도 나는 기꺼이 영혼을 팔았다.
카미유를 죽인 범인을 찾아내, 그 심장에 칼을 꽂기 위해서. 그런데…….
“당신은 정말 너무해. 토끼 같은 남편이 오매불망 기다리는데 다른 남자랑 바람이나 피고, 나랑 산책도 안 해주고…….”
쓰읍, 이상하다. 내가 악마가 아니라 개를 들였나?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언제든 내 시간을 빼앗아도 좋아. 아니, 실은 그래줬으면 좋겠어.”
“날 사랑하지 않을 이유는 또 뭐야? 이렇게 똑같이 생겼는데.”
“오브. 지금 네 남편은 나야. 내게 집중해야지.”
……집착은 계약에 없었단 말이다.
아니, 애초에 내 진짜 남편도 아니면서 왜 이렇게 다정한 건데?
당신, 악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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