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아비는 사냥꾼이었다.
몸이 약한 나를 위해 조선 제일의 착호갑사를 포기했다 들었다.
세상에서 가장 작고 소중한 알이라 하여 송알이라 부르던 아부지, 세상 그 어떤 것보다 나를 귀애하던 아부지….
산군의 이빨과 발톱에 찢긴 아비의 등을 보며,
하늘에 굳게 맹세했다.
살이 튀는 살육의 현장에서도, 화마와 군대의 말발굽이 맹렬히 지나간 지옥 속에서도.
수백, 수천의 목숨을 살리는 의원이 되고야 말 것이다!
***
연희는 생각을 이어 나갈 수가 없었다.
그녀는 앞을 응시할 수가 없었다.
앞이 보이지 않았다.
온몸을 감싸 휘감는 솔향과 가죽 냄새가 연희의 시야를 온통 가로막았기 때문이었다.
둔탁하고, 단단한.
쇠를 부술 듯 강한, 허나 그 어떤 것보다도 조심스레 자신을 안아 내는.
연희는 그제야 숨을 쉴 수 있었다.
귓가에 울리는 거친 흐느낌과 더운 숨결이 따스하고 아늑해 연희는 그의 등을 안았다.
할 수 있는 한 힘껏.
어떤 이도 그들 사이를 침범할 수 없게, 틈 없이 힘껏.
연희는 그렇게 그를 안았다.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자신을 이렇게 소중히 안아 주는 이는.
도현.
그밖에 없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