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대의 악역, 남주를 괴롭히는 계모에 빙의했다.
그 사실을 모르고 새 가족과 친해지려 이런 저런 일을 했는데.
"릴리아 엘즈온! 당신은 못돼 처먹은 악녀야! 어떻게 아들에게 독약을 줄 수가 있어!"
내가 악질 계모에 빙의했다는 걸 깨달았다.
그동안 친해지려 했던 나의 모든 행동이 이 세계의 룰에 따라, 또 내게 부여된 역할에 따라 흘러갔다는 걸.
아아, 그저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었을 뿐인데.
이 소설의 결말엔, 그녀 자신의 죽음이 있었다.
'죽고 싶진 않아. 그렇다고 완벽한 이야기를 망치고 싶지도 않아. 만약 죽음을 꾸민다면...?'
이야기도 완전해지고, 그녀 자신도 이야기 속에서 벗어나 행복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온전한 가족을 갖고 싶었는데. 내겐 어울리지 않는가봐.
나는 그렇게 죽음을 꾸미고, 도망쳤다.
사랑은 바라지 않아. 하지만 죽고 싶지도 않아. 아픈 건 싫으니까.
***
"릴리아 엘즈온. 맞습니까? 공작님의 명으로 모시러 왔습니다."
그런데 그들이 기어코 나를 찾아냈다. 내 죽음을 파헤쳐가면서까지.
아아, 정말로 죽는구나. 단두대에 서게 될까. 아니면, 약을 내려주려나. 그래도 가기 전에, 잠시나마 가족이었던 이들의 얼굴을 볼 생각하니 기뻤다.
"릴리아, 도대체, 도대체! 왜 말을 안 했습니까! 다, 다 밝혀졌다고요, 당신의 무죄가...."
미안해하는 그들의 얼굴을 보며 난 얼떨떨했다.
그러면, 다시 가족이 될 수 있는 거야?
이번 생은, 사랑받을 수 있는 걸까?
*회빙환/가족물/가족후회물/힐링물/오해/상처녀/집착남주/악녀/악역/삽질/
미계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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