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신성 계약 · 자동 갱신 안내]
[상품: 생명 연장]
[결제 수단: 계약자 가족의 기억]
[해지 절차: 제공되지 않음]
기적에는 청구서가 붙는다.
남도윤은 구독 결제 시스템을 만들던 백엔드 개발자였다.
어린 시절 죽어가던 그를 살리기 위해 어머니는 무언가에 서명했다.
이십 년이 지난 그는 그 계약서를 읽을 수 있게 됐다.
어머니가 치른 값은 계약서 어디에도 적혀 있지 않았다.
수명. 기억. 재능. 관계.
믿을 권리와, 믿지 않을 권리.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사람의 미래까지.
신들은 그것들을 결제 수단으로 쓰고 있었다.
도윤은 계약을 부수지 않는다.
읽고, 따지고, 감사한다.
받은 혜택은 그대로 두고 부당한 대가만 걷어낸다.
고지는 있었는지, 동의는 유효했는지, 대신 서명할 자격은 있었는지.
"거절할 수 없는 선택은 동의가 아닙니다."
사람들이 계약서 한 장씩을 들고 찾아온다.
서명한 적 없는 갱신 통지서.
죽은 사람의 동의로 유지되는 혜택.
태어나기도 전에 담보로 잡힌 아이의 재능.
한 사람의 계약에서 시작된 감사는
가족 승계 계약으로, 기업의 판매 책임으로, 국가의 존속 계약으로 번져간다.
그리고 마침내, 인류 전체가 묶여 있는 최초의 계약서에 닿는다.
거기 적힌 계약자 이름 옆에는,
아무도 서명한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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