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도망가는 겁니까?”
“아니에요.”
“내 눈에는 그렇게 보이는데.”
“…….”
“아, 이거 때문인가.”
은채를 향해 차결은 종이 여러 장을 던졌다. 눈앞으로 천천히 떨어지는 호적 등본에 <최은채>이름이 쓰여있자, 눈앞이 캄캄했다.
결국 그에게 들키고 말았다.
자신이 은채라는 사실을.
까슬한 입술을 질끈 물었다.
“……그래요. 나 최은서 아니에요.”
“순서가 잘못된 것 같은데.”
“…….”
“사과라는 걸 모르나 봅니다, 최은채 씨.”
낮게 가라앉은 차결의 음성은 사이렌의 유혹처럼 느껴졌다. 픽, 입술을 틀어 올리는데 입안의 갈증이 일렀다. 장엄한 자태로 모습을 드러내자 그를 갖고 싶은 욕망에 울컥해졌다.
“어차피 우린 필요에 의한 관계일 뿐, 언제든 이혼할 수 있어요.”
“이혼이라.”
차결은 실웃음을 흘리더니 은채의 허리를 확 틀어잡았다.
“……뭐 하는 거예요?”
“난 그럴 마음이 없는데 말입니다.”
“네?”
차결의 입술이 은채의 귓가로 내려왔다.
“왜 내가 쉽게 당신을 놔 줄 거라고 생각하지?”
나직한 숨과 함께 뜨거운 혀가 귓불을 핥았다. 온몸으로 전율이 흩어졌다. 그러자 다리에서 일시에 힘이 풀렸다.
“지금 그 서류를 보고도 그런 말이 나와요? 난….”
은채는 차결을 속이고 은서 흉내를 냈다. 하지만 차결은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마치 처음부터 이 모든 사실을 알고 있던 것처럼.
“그딴 서류를 따지는 게 아닙니다.”
귓불에 닿았던 입술이 목덜미에 닿자 높은 콧날이 스쳤다.
그대로 기절할 것만 같았다.
“욱….”
등 허리를 쓸던 손이 셔츠 사이로 들어와 살갗을 만졌다.
“최은채 씨, 나란 놈은 말입니다. 한번 손에 쥔 건 놓지 않는 사람입니다. 그게 사람이든 물건이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