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15세 이용가/19세 이용가로 동시에 서비스되는 작품입니다. 연령가에 따라 일부 장면 및 스토리 전개가 다를 수 있으니, 연령가를 확인 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해당 작품은 15세로 연령가만 개정 되었으며, 19세 작품과 동일한 에피소드인 점 참고 부탁드립니다.
엘런은 떠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카젠이 불편하지 않게 모든 걸 완벽하게 준비했다.
카젠이 싫어하는 서류 작업을 끝내 놓고, 그의 잠자리를 안락하게 살폈다.
[저를 구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그날 이후로 오랫동안 공작님을 향한 마음을 품어 왔습니다.
안녕을 빕니다, 공작님.]
시한부 선고를 받은 엘런은 조용한 곳에서 마지막 시간을 보내려 했다.
그런데 나… 3개월이 지났는데도 살아 있잖아?
더군다나 제가 없어져도 아무렇지 않을 줄 알았던 카젠까지 찾아오는데….
[미리보기]
“왜 내가 너를 정인이라고 칭했을 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
엘런은 아니라고 부정하고 싶었는데, 카젠이 멋대로 떠들어 대는 통에 오해를 풀 시간이 없었던 것뿐이었다. 그러나 아일라를 마주 보며 뻔뻔하게 거짓을 고했던 것을 떠올리면, 사실 그럴 기회가 있었어도 하지 않았을 것 같긴 했다.
“아, 그건….”
“혹시나 네가 착각할까 봐 말하자면, 넌 내 정인이 아니야. 내게 너는 아무런 의미도 없으니까.”
이어진 카젠의 음성에 엘런은 입술을 꾹 깨물었다. 카젠에게 저런 못된 말을 듣는 게 처음도 아니었는데, 심장이 발치로 굴러떨어진 것처럼 비참했다.
이미 알고 있었다. 카젠에게 저는 그저 생활을 조금 편안하게 해 주는 도구와 비슷한 존재라는 것을. 그럼에도 자꾸만 고개를 드는 불경한 마음을 그가 짓밟아 주어서 오히려 고마울 정도였다.
“나는 네가 당장 저택을 떠난다고 해도 아무렇지도 않아. 널 대체할 존재는 얼마든지 있으니까.”
떠나도 된다고 이야기하면서도 카젠은 엘런의 허리를 껴안은 팔에서 힘을 풀지 않았다. 그가 엘런의 어깨에 이마를 맞대는 게 느껴졌다.
“네, 공작님.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아무렇지 않은 척 대답했지만, 눈시울이 뜨끈해졌다. 뜨겁게 달궈진 돌덩이를 삼킨 것처럼 목구멍이 콱 틀어막혀서 엘런은 가느다란 숨을 내뱉었다.
“하지만 나는 너의 목숨을 구했고, 네게 새로운 삶을 주었어. 그러니 너는 절대 나를 배신해서는 안 돼. 네 목숨은 내 것이고, 네 존재는 나에게 귀속되어 있다.”
카젠의 말은 엘런을 조종하는 주문과도 같았다. 엘런이 카젠을 절대 떠날 수 없게 하는, 일종의 세뇌에 가까웠다.
그러나 한편으로 엘런은, 신기하게도 그의 목소리에서 약간의 간절함을 느꼈다. 절대 자신을 떠나지 말아 달라고 비는 것만 같았다.
당연히 카젠이 그럴 리가 없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어쩌면 그가 그랬으면 하는 바람이 만들어 낸 왜곡일지도 몰랐다.
“절대 저는 공작님 곁을 떠나지 않을 겁니다. 제 목숨을 구해 주셨던 날 공작님을 평생 지키겠다고 맹세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