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마을의 유일한 스무 살이자 깜찍한 막둥이 춘복. 마을 어른들의 사랑과 관심을 한 몸에 받아도 또래 친구를 사귀고 싶다.
그때 서울에서 이사 온 사람이 자신과 또래라는 소식을 듣게 되는데.
그날부로 춘복은 서울 아, 채준(공)과 가까워지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까칠하고도 예민한 채준의 반응에 포기하려던 것도 잠깐, 의외로 다정한 채준의 모습을 알게 되면서 단 한 번도 느끼지 못했던 감정을 채준에게 느끼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춘복은 채준이 살인자라는 소문이 온 마을에 떠도는 걸 알게 되는데…….
***
“안 계세요? 삼계탕 좀 드리려고 왔는데요!”
기어코 춘복이 꽤 큰 소리를 치며 말했음에도, 끝까지 ‘서울 아’는 얼굴도 내비치지 않았다.
분명 불도 커져 있고, 움직이는 소리도 들리는데. 우예 단 한 번을 대꾸해 주지 않는지. 제 손에 또 맞을까 봐 안 나오는 건 아닐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다시금 미안해진 춘복이 시무룩한 얼굴을 했다. 아마도 제 얼굴을 보기 싫어서 나오지 않는 듯해, 대문을 두드리는 것을 멈추고 입을 열었다.
“아까는 죄송했어요! 제가 일부러 그러려고 그런 건 아닌데…… 문 앞에 삼계탕 두고 갈 테니까 시간 날 때 꼬옥 잡수셔요!”
춘복은 결국 집주인이 나오지 않는 문 앞에 삼계탕만 두고 아쉬운 발걸음을 옮길 수밖에 없었다.
춘복이 떠나고 한 십여 분이 흘렀을까. 그제야 대문이 끼익, 하고 열렸다. 예민해 보이는 눈매가 바닥을 향하고, 춘복이 두고 간 뚝배기 하나가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 그를 가만히 응시하던 ‘서울 아’, 채준이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하…….”
이내 땅이 꺼지라 한숨을 내쉬었다. 한참을 춘복의 삼계탕을 갈등하듯이 바라보다가 결국 그를 들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깜박깜박. 겨우 켜두었던 노란 전등의 불 밑에서 채준은 상도 없이, 삼계탕을 한술 떴다. 이내 게 눈 감추듯이 한 그릇을 뚝딱 비운 그가 복잡미묘한 시선으로 빈 뚝배기를 응시하다가 홀로 중얼거렸다.
“……맛은 좋네.”
그래도 이번에는 성의를 무시하기에 좀 그래서 얻어먹은 거지, 다음에도 주면 무참히 거절하겠다고 결심한 채준이 오래간만에 든든히 부른 배를 잠자코 느꼈다.
아무래도 이곳에서 조용히, 잠자코 있다가 떠나려던 계획이 물 건너간 듯했다. 초장부터 코피를 터트리게 만든 저 조그마한 애 때문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