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죽음이라는 것은 생각보다 너무나도 허무하고, 또 순식간에 찾아오는 불청객이었다. 적어도 평범한 직장인인 나, 김훈에게는 그랬다. 종교나 매체에서 떠들어대던 눈부신 빛의 인도도 없었고,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 인생의 파노라마 같은 낭만적인 연출도 없었다. 그저 끝없는 야근의 굴레를 한 바퀴 돌고 집으로 돌아오던, 지극히 평범하고도 피곤한 초겨울 밤이었을 뿐이다. 차가운 빌딩 숲의 칼바람이 코트 깃을 파고들어 목덜미를 스쳤다. [Lazenca, save us~, Lazenca, save us~] 얼어붙은 귀를 덮은 낡은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에서는 90년대 후반에 방영되었던, 오래된 열혈 로봇 애니메이션의 주제가가 웅장하게 흘러나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