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가 쓴 비엘 소설 ‘아방수의 캐비닛’에 빙의했다. 그것도 악역 엑스트라로.
때는 퇴역을 앞두기 하루 전.
설상가상 세계관의 중심 무대는 이능력자들이 모인 특수 부대 같은 곳.
군대에서 벗어날 줄 알았더니, 하필이면 군대 같은 곳에 또 떨어지다니!
게다가 비엘 소설이라면 사내 새끼들이랑 막 키스도 하고, 그래야 하는 거 아니야? 나한테도 그러면 어떡하지, 나는 여자 좋아하는데-라고 걱정하던 것도 잠시.
쏟아지는 건 사랑은 개뿔.
‘주인공’이란 이름이 붙인 네 명의 십새끼들의, 경멸과 독살 위협 그리고 구타였다.
오냐. 내 인생 장르에 로맨스는 없단 뜻이지.
이렇게 된 거 탈출에 온 힘을 다 쏟기로 했다.
다들 기피하는 외부 출근 임무 자진해서 가고.
최대한 주인공들 안 만나게 특히 크리처가 많은 쪽으로 골라 가서 임무 수행하고.
그렇게 1년 가까이 구르고 구른 결과.
마침내 소설 밖 원래 세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단서를 찾았는데.
“가지 마. 여기서 떠나면 네 손이고 다리고 다 잘라버려서 내 품에 가둬놓을 테니까.”
“원하면 날 죽도록 패도 좋아. 그럼 나랑 사귀어줄래?”
“예전에 날 좋아한다고 했다며. 그 약속은 지금도 유효하나.”
이 새끼들이 갑자기 섭종 전 아이템 파는 고인물 유저들처럼 고백 러쉬를 뛴다?
“내가 뭘 어떻게 하면 돼...? 어떻게 하면 널 붙잡을 수 있어?”
원작 속 공들도 모자라 심지어 아방수인 척 위장한 주인공마저.
날 괴롭힌 건 좋아해서 그랬다고? 그래, 그럴 수도 있겠지.
그래서 어쩌라고, 십새끼들아. 니들이 나 좋아하니까 나 괴롭힌 건 제로섬게임 쌤쌤해서 없애버릴까?
그리하여 나는 내게 고백한 주인공들에게 엿을 날려주었다. 이 말과 함께.
“꺼져, 새끼들아.”
니들 사정 따윈 모르겠고, 난 탈출할 거다. 반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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