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표국의 천한 짐꾼 진여강. 누명을 쓰고 죽도록 맞아 길바닥에 버려진 그를, 세상에서 단 한 사람 — 의녀 소윤만이 거두어 살렸다. "천것이라뇨, 사람이지요." 그 한마디가, 짐승처럼 살던 사내에게 처음으로 '사람'으로 사는 이유가 되었다. 그러나 소윤은, 정체 모를 자들에게 끌려갔다. 끌려가던 그 마지막 순간, 그녀는 진여강의 안에 무언가를 흘려 넣었다. "반드시, 다시 만나. 그때까지 — 부디, 살아남아 줘." 그날 이후, 진여강은 죽지 못하는 몸이 되었다. 죽으면 과거로 되돌아가 되살아나는. 그리고 죽음마다, 자신을 벤 적들의 무공이 머릿속에 새겨졌다. 구백아흔아홉 번의 죽음 끝에, 그의 머릿속에는 천하제일의 검리가 쌓였다 — 다만, 그것을 펼칠 몸이 짐꾼의 것이라는 게 문제였지만. 머리는 거인, 몸은 아이. 그 아득한 간극을 죽음으로 한 뼘씩 메우며, 진여강은 소윤을 끌고 간 거대한 어둠을 향해 나아간다. 저마다 빼앗긴 것을 품은 동료들과 함께 — 그리고 그 동료들의 원한이 모두 한 곳으로 수렴한다는 것을, 그는 아직 알지 못한 채. "운이, 좋았소." — 천 번을 죽고도 그가 입에 담는, 단 한마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