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1506년 9월 2일 새벽, 한 여인이 군기시 앞에서 처형되었다. 도성 사람들은 돌을 던졌다. 저마다 분노했고, 저마다 통쾌해했다. 연산군의 총애를 등에 업고 권세를 누리던 장녹수. 천한 기녀 출신으로 숙용의 자리에까지 오른 여인. 사람들은 그녀를 폭군의 공범으로 기억했다. 실록은 그녀를 이렇게 기록한다. "제안대군의 가노에게 시집갔다가, 창기가 되었다. 목소리가 구슬프고 청아하여 연산군의 총애를 받았다. 궁중을 제 집처럼 드나들며 위세가 하늘을 찔렀다." 그렇게 실록은 장녹수를 폭군 곁의 여인으로만 기록하고, 더 이상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실록의 한 귀퉁이에 전하고 있는 뜻밖의 사실. 장녹수의 뱃속에서 태어난 두 명의 자식. 노비로 살다 간 아들과, 왕녀로 태어나 평민으로 살기를 택한 딸. 선원록에서 스스로 이름이 지워지기를 원했던 여자. 그리고 그 사이를 이어준, 단 두 개의 청동 방울. 역사가 지운 이름들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