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그 책이 비급이라구요? 밥상이 하도 덜그럭거려서 끼워놨는데. 왜요, 그거 없으면 밥 먹을 때 국물 다 튑니다.” 무림맹 관원이 목에 핏대를 세우며 폐문을 외치건 말건, 무현은 제멋대로 뒤틀린 문짝을 붙잡고 씨름하기 바쁘다. 당장 산을 내려가라는 호통은 산바람에 실려 보내고, 여닫을 때마다 ‘끼익’ 비명을 지르는 문설주 소리에만 온 신경을 곤두세운 채로. 천하를 호령하던 무림맹 관원이 코앞에서 서슬 퍼런 위압감을 뿌려대도, 무현에게는 지금 당장 해를 가리고 선 저 양반 때문에 못 구멍이 안 보이는 게 더 큰 일이다. “나으리, 거기 서 계시면 해 가려요. 이거 오늘 안에 못 박아야 잠귀 밝은 사부님이 안 깨신다니까요?” 닭장 틈새 좀 메우고 밥상 다리나 괴어 놨더니, 멀쩡한 양반들이 마당에 들어서자마자 제 발에 걸려 나자빠진다. 천하를 호령한다는 이름표를 달고 와서는, 왜들 그렇게 닭장 앞 흙바닥에 코를 박고 끙끙대는지 모를 일이다. 남들은 천하대업을 논하느라 바쁜데, 무현은 그저 오늘 저녁에 먹을 감자나 생각하며 망치를 든다. 누가 마당에서 흙먼지를 뒤집어쓰든 말든, 일단 이 닭장부터 고쳐야 저녁 밥상이 무사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