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아저씨가 원하는 게 저라면 드릴게요.”
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범석의 눈빛이 사납게 일렁였다. 그의 미간이 느릿하게 찌푸려졌고, 입술이 반쯤 열렸다가 다물어졌다.
잠시의 침묵 끝에, 그가 겨우 입을 열었다.
“뭐라고? 방금 한 말. 다시 해봐.”
일홍은 숨을 한 번 삼켰다. 하지만 고개는 들린 채였다.
“원하는 만큼 취하세요. 얼마든지.”
일홍은 가늘게 떨리는 숨을 몰아쉬며 뱉어냈다.
“대신, 처음부터 아저씨가 원하는 대로 응하지 못할지도 몰라요.”
도망칠 곳 없는 막다른 골목에 선 사람처럼 위태로운 눈빛이었지만, 범석을 마주 보는 시선만큼은 피하지 않았다.
“지금 네가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 제대로 알고는 있는 거야?”
“알아요. 저도 어린애 아니거든요.”
울컥 치밀어 오르는 수치심을 억누르며 일홍이 대답했다. 애써 담담한 척 내뱉은 목소리 끝이 잘게 흔들렸다.
“그럼 지금 네 입으로 뱉은 소리가, 나랑 붙어먹겠다는 뜻이라는 것도 알고 있는 거겠지.”
“그럼요 무슨 뜻인지 잘 알죠, 그리고 저 한 번도 없거든요. 그런 경험.”
그 순간까지, 일홍은 단 한 번도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문이 닫히고 그의 발걸음 소리가 멀어졌다.
그제야, 일홍은 숨을 내쉬었다.
“잘했어, 백일홍.”
일홍은 저를 다독이듯 일부러 입술을 열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빚이 있다면, 갚으면 그만이다.
그 수단이 설령 자기 몸뚱이 하나일지라도.
원하는 걸 줘 버리면 그만이었다.
그래, 가져. 이깟 몸뚱이.
“살기 위해 던질 수 있는 건, 다 던졌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