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세상이 멸망했다. 아니, 정확히는 멸망한 줄 알았다. 수천 년 전, 위대한 용사가 목숨을 바쳐 마왕으로부터 인류를 구원하고 거대한 결계를 쳤다. 우리는 이 한정된 결계 안에서 마법을 연마하며, 언젠가 다가올 성전을 준비해야 한다. 나 역시 그렇게 믿어 의심치 않았다. 아카데미의 낡은 훈련장 구석에서, 버려진 '인공지능 파편'을 줍기 전까지는. [비인가 단말기 접속. 세계의 진실을 다운로드합니다.] 머릿속에 쏟아진 압도적인 데이터가 말해주고 있었다. 귀족들이 자랑하는 신성한 마법은 비효율적인 '스파게티 코드'였고, 인류를 위협하는 마왕군의 침공은 완벽하게 통제된 '주기적 밸런스 패치'였으며. 무엇보다 우리가 수천 년간 숭배해 온 위대한 용사는, 마왕이 심어둔 끄나풀이었다는 것을. "기적? 신앙? 헛소리하지 마. 이건 단순한 물리 법칙과 뻔한 차트의 흐름일 뿐이야." 마력량 3의 불량품, 이단자 카일. 최소한의 에너지, 기계공학적 역설계, 그리고 완벽한 타점(매도 타이밍)의 요격으로 가짜 세상의 룰을 부수기 시작한다. 마왕이 짜놓은 이 역겨운 연극의 무대를, 내 손으로 직접 찢어발기기 위해.